「하늘에 있는 아내에게 우승컵을 바칩니다」.1타차 선두로 경기를 마치고 성적 집계 천막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스튜어트 애플비(28·호주)는 마지막조가 들어오는 것을 차마 바라보지 못했다. 대신 지난 여름 비명에 간, 사랑했던 아내의 모습을 가슴속 깊이 떠올렸다. 「그녀가 함께 할 거야」라고 굳게 믿으면서.
애플비가 99셸휴스턴오픈을 석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3승째를 올렸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슬럼프에 빠져 있던 애플비는 3일(한국시간) 텍사스주 우드랜즈의 TPC코스(파72)에서 벌어진 대회 최종 4라운드서 1언더파 71타를 쳐 합계 9언더파 279타로 우승했다. 상금 45만달러.
지난해 애플비는 생애 최악의 비애를 경험했다. 전영오픈 직후 런던 시내의 기차역 앞에서 아내 르네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 97혼다클래식과 98켐퍼오픈 우승등 승승장구하던 애플비는 그후 끝이 보이지 않는 불행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그리고 10개월. 이날 선두 핼 서튼에 3차 뒤진 채 경기에 나선 애플비는 12번홀서 버디를 잡아 서튼에 1타차로 바짝 다가섰다. 17번홀서 천금의 버디를 추가, 서튼과 공동 선두에 나섰다. 아내의 보살핌일까. 뒷조로 오던 서튼이 17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애플비는 첫 단독 선두에 나서게 됐고 그 스코어는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애플비는 『그간 내겐 고난의 시기였다. 그러나 오늘 그녀는 내게 용기와 힘을 주었다. 나는 오늘 단지 골프만을 친 것이 아니었다』고 감격해했다.
한편 서튼과 존 쿡이 280타로 공동2위에 올랐고 지난해 챔피언 데이비드 듀발은 293타를 쳐 올해들어 가장 나쁜 공동64위에 머물렀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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