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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수배노동자의 '마지막 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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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수배노동자의 '마지막 효도'

입력
1999.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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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가로 살아가는 저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하셨을텐데 마지막 가시는 길도 함께 해 드리지 못했습니다…』3일 오후 1시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조연맹(공공연맹) 양경규(梁暻圭·42)위원장이 초췌한 모습으로 노모(82)의 영정 앞에 엎드려 통곡했다.

평소 건강하던 어머니가 뇌출혈로 갑자기 쓰러진 것은 지난달 30일. 지하철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사전체포영장이 발부돼 명동성당에 몸을 숨기고 있던 양위원장은 체포 위험을 무릅쓰고 병원을 찾았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생사를 넘나드는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던 양위원장은 다시 명동성당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전담형사 4명이 자신을 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양위원장이 노동운동에 뛰어든 것은 89년. 대한상공회의소 노조위원장과 공익노련 위원장을 지낸 양위원장은 지난 3월 공공연맹 공동위원장을 맡아 선봉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맞섰다.

『한달전 마지막으로 뵌 후 연락도 한번 못드렸습니다. 제가 가는 길이 틀렸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없지않지만 어머니께서는 제가 하는 일이 바른 일이라고 믿고 기도해 주셨습니다』 양위원장의 노모는 2일 오후 눈을 감았고 양위원장은 경찰의 눈을 피해 명동성당을 나섰다.

노동부와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상중에는 체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알려왔지만 도주를 우려한 경찰은 3일 오전 형사를 병원에 보내 감시를 하고 있다. 5일 발인때까지 「마지막 효도」를 하겠다는 수배 노동운동가의 모습은 우리 시대 노동자들이 처한 서글픈 현실이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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