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칙처리후 여야의 분위기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여당의원들은 큰 짐을 던 듯 홀가분한 표정들이었다. 특히 국민회의 의원들은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위해 의석에서 잠시 뜸을 들였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모두 나선 뒤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한나라당 의원들은 분노와 침통함이 뒤섞인 채 20여분간 의원총회를 열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의원총회에서 『수많은 독소조항을 지닌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통과돼서는 안될 법이었다』며 『정권의 말기적 증상을 보는 것같아 비통하다』고 말했다.
자책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여당의 폭거를 막으려면 우리가 어떤 자세를 가졌어야 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원내총무로서 오늘의 사태에 대한 책임 추궁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총무는 그러나 『오늘 하루로 투쟁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며 『비통함을 가슴에 담고 전의를 다져달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은 이어 국회 총재실에서 총재단 및 주요당직자 연석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회의 브리핑을 통해 『우리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면서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는 날치기를 거듭할수록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김봉호(金琫鎬)국회 부의장이 1월초 3일간 변칙처리한데 이어 4번째 「악역」을 도맡았다』면서 김부의장의 사퇴를 위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논평에서 『고승덕(高承德)후보 공천실패 파동에 대한 당내 책임론을 호도하기 위해 여당이 정상적인 국회운영을 가로막은 점은 유감』이라면서 『야당은 국회 파행을 유도해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패배주의적 발상을 청산하고 생산적인 자세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 김창영(金昌榮)부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의 무리한 반대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서 『야당은 이를 빌미로 정국을 경색시키거나 더 이상 무모한 정치공세를 펴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s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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