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많이 읽히는 것만큼 좋은 교육이 어디 있나요?』 아이들이 책만 많이 읽으면 좋은 줄 아는 부모들. 퇴근길에 책 사주는 것을 보람으로 여기는 아버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아이 손잡고 대형 서점에 나가는 어머니.국제통화기금(IMF) 체제로 출판계가 「엄동설한」이어도 어린이책 시장만은 예외다. 『돈 없어도 애들 교육 소홀히 할 수 없지』 『내 책은 안사도 동화책은 꼭 사야지』라는 부모들 때문이다.
어린이 책이 잘 팔리자 「꽤 괜찮다」는 출판사들까지 너도 나도 아동책 만들기에 뛰어들고 있다. 「민음사」가 「비룡소」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몇 해 전부터 어린이 책을 냈고, 최근 「문학동네」가 어린이 책 출판을 시작했다. 「문학과지성사」도 곧 아동물을 낸다는 소식.
하지만 이렇게 새로 시작하는 아동물 출판은 대개 번역 책이 중심이다. 외국에서 「무슨 무슨 상 탔다」는 것을 표지 광고 제목으로 뽑아 선전을 한다. 부모들은 마음 놓고 이런 책을 사준다. 출판사도, 상 탔다는 광고도 「믿을만 하니까」.
『진정한 문학에 값하지 못하는 동심주의(童心主義)나 교육주의 작품들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면서 아동문학의 거품을 부풀린다. 문제는 문학에 대해 성찰하는 자세, 문학이 자기 시대와 어떻게 관계해야 하느냐는 진지한 질문이 모자라는 데서 비롯된다』 아동문학가 원종찬씨의 말.
순진한 이야기를 어설프게 들려주는 그릇된 아동문학 작품들,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쏟아내는 외국 그림책과 동화. 아동책은 넘쳐나지만 악서(惡書)가 양서(良書)를 몰아내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책을 사주어야 하나? 우리의 전통과 우리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과 동화는 어떤 것이 있나?
한국일보 문화부는 아동도서 전문유통회사인 「서당」에 이런 책을 꼽아 주도록 부탁했다. 「서당」은 전국 72개 어린이책 전문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회사. 「서당」이 경기 일산의 「동화나라」, 서울 화곡동의 「동화나라」, 경기 광명시의 「동원」, 전북 군산의 「초방」에 물어 추천한 10권의 책 중 그림책이 6권이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중반 이후 비약하듯 수준 높아진 우리 그림책의 진가를 보여주는 책들. 도서출판 통나무에서 나온 「백두산 이야기」와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는 우리 신화를 웅혼한 필치의 그림에 담았다.
특히 「백두산 이야기」의 그림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책을 펴드는 사람을 압도한다. 길벗어린이에서 만든 「강아지똥」은 하잘 것 없는 똥도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슴 따뜻하게 일깨워 준다.
도서출판 보리의 「심심해서 그랬어」와 보림의 「숨 쉬는 항아리」는 채소와 집짐승, 항아리 만드는 과정과 쓰임새를 그림으로 알기 쉽게 보여주는 책. 도서출판 재미마주의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는 설날에 동물들과 함께 만두를 빚는 재미난 이야기다.
초등학교 입학 전후 어린이나 초등 저학년이 읽을 책은 「하느님의 눈물」(산하), 「엄마 없는 날」(웅진출판), 「내 짝꿍 최영대」(재미마주), 초등 고학년 이상 읽을 책은 「몽실언니」(창작과비평사). 권정생씨의 동화가 2권인 것이 눈에 띈다. 어려운 이웃을 사랑으로 보듬고, 따뜻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들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좋은 동화책 10권
책 내 용 지은이·그린이
백두산 이야기 백두산과 우리 민족의 신화 류재수
까막나라에서 온 삽사리 고분벽화 속 삽사리 내력 정승각
강아지똥 강아지똥의 소중함을 일깨움 권정생·정승각
손 큰 할머니의 동물들과 만두 빚는 이야기 채인선·이억배
만두만들기
심심해서 그랬어 돌이와 채소, 집짐승의 하루 윤구병·이태수
숨쉬는 항아리 옹기의 제작과정과 여러 쓰임새 정병락·박완숙
하느님의 눈물 약한 이를 보듬는 내용의 동화들 권정생·신혜원
엄마 없는 날 도깨비 이야기 등 10가지 단편 이원수·권문희등
내 짝꿍 최영대 따돌림 당하던 친구 영대 이야기 채인선·정순희
몽실언니 해방후 어렵던 시절의 풍경 권정생·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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