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3회 임시국회는 회기 마지막날인 3일 여야가 격렬하게 대치한 가운데 김봉호(金琫鎬)국회부의장이 본회의장 단상이 아닌 의원석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6개 안건에 대한 변칙처리를 강행함으로써 결국 파행으로 막을 내렸다.이에 앞서 여야총무는 이날 하루동안 4차례에 걸쳐 회담을 거듭하며 타협을 시도했으나 끝내 절충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오후 8시32분 국민회의 김영환(金榮煥)의원석에 앉아있던 김부의장은 최재승(崔在昇)의원으로부터 의사봉과 핀마이크를 넘겨받아 개회를 선포했다. 이 순간 신영국(申榮國)·김영선(金映宣)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사봉을 빼앗기위해 김부의장 주변으로 달려들었다.
국민회의 의원들이 방어막을 치고 이들 한나라당 의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사이 김부의장은 「공직자등의 병역사항 신고 및 공개에 관한 법률」과 「99년도 추곡수매가동의안」등 2개의 안건을 먼저 상정했다.
김부장은 이들 안건에 대해 『이의 없느냐』고 물은뒤 즉시 가결을 선포하고는 『상임위에서 합의했으므로 표결을 하지않은 것』이라고 「해명」을 달았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부의장에게 의안 서류뭉치를 집어던지며 『이번이 네번째 날치기』라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한 의원은 김부의장에게 『이제 「날봉호」가 됐다』며 야유를 퍼부었고, 권오을(權五乙)의원 등은 김부의장에게 곧장 돌진하려다 멱살잡이를 당하기도 했다.
김부의장은 이어 「노사정위원회 설치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및 「정부조직법 개정안」등 3개의 안건을 잇따라 상정, 같은 방식으로 처리하려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자 기립표결로 방식을 바꿨다. 여야의원들이 뒤엉켜 악쓰는 소리에 마이크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않는 가운데 3건 모두 재석 246명에 찬성 150표, 반대 96표로 가결 선포됐다.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의원이 김부의장으로부터 의사진행 순서를 적은 서류를 빼앗아 한때 기세를 올리기도 했으나, 국민회의 김옥두(金玉斗)의원 등이 나서 몸싸움끝에 「탈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부의장은 마지막으로 정치개혁특위 활동시한을 6월까지로 연장하는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개회선포이후 6건의 안건을 모두 처리하고 폐회선언을 할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정확히 9분이었다.
이에 앞서 여야 총무들은 이날 오전 11시30분, 오후2시, 3시40분, 6시에 잇따라 회담을 갖고 절충을 시도했으며, 이 바람에 당초 오후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도 연기를 거듭했다. 네번째 총무접촉이 결렬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은 30여명이 조를 짜 교대로 의장석을 점거하고 실력저지태세에 들어갔다.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오후 8시10분 한차례 의장석에 오르려다 한나라당 저지조의 제지를 받고는 아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고태성기자 tsko@hk.co.kr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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