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임용제를 둘러싼 여야간 대결을 보는 관가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못해 아예 냉소적이다. 공무원경력 20년의 한 중앙부처 중견간부는 『관리들의 생리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말했다.개방형 임용제란 「젊고 신선한 피」로 공무원사회의 「응고현상」을 깬다는 취지에 따라 정부고위직을 민간에 개방하는 공공부문의 인사개혁제도. 여야는 현재 개방대상을 실·국장급의 20%로 하자는 주장(여)과 10%만 하자는 입장(야)으로 팽팽히 맞서 있고 결국 정부조직법 개정 자체가 지연되는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
당초 정부안이 실·국장급의 30%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야 모두 개방형 대상폭은 크게 후퇴한 셈이다. 축소명분은 공직사회의 충격방지지만 총선을 앞두고 나온 예의 「공무원 달래기」임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30%가 아닌 20% 혹은 10%만 개방한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좋아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개방방침이 정해진 현 시점에서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10%냐, 20%냐가 아니라 지루한 정쟁으로 정부조직개편이 지연돼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자신의 소속조직과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손이 잡힐 리 없고, 그 결과는 공무원 개인의 문제가 아닌 「행정공백」형태로 국민에 전가된다.
개혁을 한다면서 개혁대상(공무원)을 달래려는 것이 한편의 코미디같기도 하고 그나마 제대로 달래지도 못하는 것은 더욱 우스꽝스럽다. 이미 물건너간 정부개혁이지만 그나마 빨리 매듭짓지 못한다면 그 짐은 국민들이 질 수 밖에 없다.
/ 이성철 경제부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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