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상처입은 용' 윤이상 5월의 승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상처입은 용' 윤이상 5월의 승천

입력
1999.05.04 00:00
0 0

한국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1917~95)은 독일 땅에 묻혔다. 67년 동베를린간첩단사건이 그를 망명객으로 만들었다. 63년 북한방문이 문제가 됐다.세 차례나 사형언도를 받고 복역 중 세계 음악인과 독일 정부의 강력한 항의로 2년 만에 풀려나 독일로 간 뒤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그의 넋은 꿈에도 그리던 고향 경남 통영 앞바다를 떠돌고 있으리라.남북분단으로 「상처입은 용」(독일작가 루이제 린저의 표현)이 비로소 승천하는 것일까? 그의 이름으로 북한 관현악단이 서방에 데뷔한다. 남쪽에서는 그의 오페라 「심청」이 72년 뮌헨 초연 이후 27년만에 무대에 오른다. 99년 5월은 「윤이상의 달」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윤이상은 남쪽에서 오래 외면당했다. 몇 번 귀국 기회가 있었지만 정치적 이유로 번번이 깨졌다.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북한을 왕래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의 힘으로 분단의 벽을 넘고자 했다. 90년 남북한예술단의 평양(10월)_서울(12월) 교환공연은 그가 제안하고 성사시킨 것이었다.

북한에는 그의 이름을 붙인 음악연구소와 관현악단이 있다. 윤이상관현악단 단원 15명으로 이뤄진 「윤이상앙상블」이 6~18일 독일 순회공연을 한다. 북한 연주단체의 첫 서방 나들이다. 베를린에 있는 세계 문화의집이 초청했다. 베를린 등 5개 도시에서 총 6회 윤이상의 곡으로 음악회를 하고 여행 중 권위있는 현대음악 전문음반사 베르고에서 녹음도 한다. 이들은 윤이상 뿐 아니라 고전·현대음악 연주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 공연에 앞서 베이징(北京)에서 30일 연주했다.

남쪽 무대에 환생할 오페라 「심청」은 예술의전당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공연으로 26일 저녁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72년 뮌헨올림픽 기념 위촉작품. 워낙 대작이고 어려워서 그 뒤 한번도 공연되지 못했다. 인당수에 빠져죽은 심청이 연꽃 속에 되살아났듯 오페라 「심청」이 마침내 동포들에 의해 조국 무대에 부활하는 것이다. 27년 전 초연은 뮌헨오페라극장에서 독일어로 이뤄졌다. 이번에는 우리말로 한다. 3월 서울에 왔던 그의 딸 윤정은 『아버지가 살아서 서울의 「심청」을 보신다면 얼마나 좋아하실까』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통한이 어찌 유족만의 것이랴.

심청의 배역은 오디션으로 뽑았다. 심청 역은 두 명. 이탈리아에서 활동해 온 소프라노 김애경이 이 역으로 국내 데뷔한다. 또 한명의 심청은 박미자. 지난 해 김동진 작곡 오페라 춘향전으로 데뷔한 가수다. 심봉사 역에 바리톤 김동섭, 황제 역에 바리톤 조병주, 심청의 어머니 옥진부인 역에 소프라노 김복실이 나온다. 최승한 지휘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문호근 연출. (02)580_13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