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의 핵심인 금융개혁은 헛일이었단 말인가. 이는 야당의 주장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 경제자문인 유종근 전북지사가 행동으로 보여준 일이다. 그는 3,500만원을 현찰로 서울관사에 보관했다가 도둑맞은 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은행이 불안해서 일정부분을 현금으로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대답이 궁색해서 얼버무린 것이라면 궁색한 이유가 궁금하고, 진짜 은행이 불안하다면 국가적으로 보통 큰 일이 아니다.
■유지사는 이 정권이 출범하자마자 시선을 모은 인물이었다. 정권초기 도지사인 그가 대통령 경제자문를 겸직하고 외자유치와 시장논리를 국내외에 앞장서서 홍보함으로써 더러 튄다는 비난도 받았지만 뭔가 과거 정치인과는 다른 역동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그는 오랫동안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미국정치인 특히 일부 주지사들의 자유분방한 행정스타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그가 남달리 서울에 도지사 관사를 갖고 있었던 것만 해도 그렇다. 미국의 주지사들은 대부분 큰 도시에 사무실을 둔다. 뉴욕주 지사는 주도(州都) 올버니의 사무실외에도 맨해튼의 월드트레이드센터에 큰 사무실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무실을 정치적으로나 사적으로 이용할 수가 없다. 이번 김강룡절도사건으로 드러난 유지사의 서울관사의 용도는 그가 잃어버린 돈만큼이나 석연치 않다.
■김대중정부는 과거 정권과 달리 유난히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 정치 경제 행정등 모든 분야에서의 투명성 확보는 현정권의 성공열쇠라고 본다. 유지사 서울관사 도난사건은 정부의 투명성에 큰 오해를 일으키는 대목이다. 왜냐하면 그는 행정의 최일선을 지휘하는 도지사이자 대통령의 경제자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이 투명하지 못하다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수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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