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중독환자가 벌써 1,0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렇게 갑자기 식중독이 늘어난 것은 결혼시즌이라 단체식사가 늘어나고, 날씨가 더워져 식중독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국은 식당의 위생상태를 점검, 문제가 있는 음식점의 영업을 정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똑같은 식당에서 지난 해에도 식중독이 발생했다는데, 당국은 그 때도 필요한 조치를 취했을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조치가 식중독의 재발을 막지 못했다는데 있다.식중독은 박테리아가 음식물에 들어가서 생기는 전염병.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식중독의 원인은 포도구균이라는 포도송이처럼 생긴 박테리아이다. 사람의 피부에 살고 있는 포도구균은 피부에 상처가 생기면 숫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만일 조리사가 칼질을 하다가 손을 베어 상처가 곪게 되면 이 곳에 수 억마리의 포도구균이 생긴다. 이런 손으로 음식을 장만하면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이다.
당국은 이 번에도 조리기구를 삶고 식당을 소독하거나 영업을 정지하는 조치를 내릴 것이다. 그러나 식중독의 원인이 포도구균이었다면, 조리사의 피부에 남아 있는 포도구균은 상처가 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식중독을 일으킬 것이다. 원인을 알지 못하고선 재발을 막을 수 없다. 지난 해 집단적으로 이질이 발생하자 홍수와 엘니뇨가 원인이라고 떠들었다. 그렇다면 왜 지난 겨울과 올 봄에도 이질이 계속 유행해 환자가 1,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가.
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은 수 십가지가 넘고 균마다 음식물에 들어가는 경로가 다르다. 식중독의 원인균을 밝히고 음식물의 오염경로를 찾는 일은 역학 미생물학 분자생물학 전염병학 등에 관한 지식이 필요한 고도의 전문분야이다. 원인균이나 오염경로에 대해 과학적인 조사를 하지도 않고 식중독이 발생할 때마다 날씨나 상한 음식을 탓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대장균O157, 리스테리아, 살모넬라에 의한 식중독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국민보건에 중대한 문제로 대두돼 있다. 미국정부는 97년 「식중독 관리대책」을 마련, 900억원을 추가투입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일본도 대장균O157이 유행한 이후 보건원 조직을 확대개편해 전염병 예방에 부심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선진국의 대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식중독에 대한 과학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오명돈·서울대병원 감염내과교수
(C) COPYRIGHT 1999 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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