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증시개방이후 한동안 「저 퍼(PER) 혁명」이라는 말이 유행했었다. 한국에 상륙한 외국인들이 PER가 낮은 종목들에 집중적으로 투자, 고수익을 올리면서 생긴말이다. PER는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주가판단의 필수도구로 사용됐지만 국내에는 이때까지만 해도 거의 실전에 응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만큼 국내 투자자들에게 PER개념의 도입과 저(底)PER주의 약진은 「혁명」이라는 말을 붙일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이다.PER란 「Price Earning Ratio」의 약자로 「주가수익비율」을 의미한다. 주가를 주당이익(EPS:당기순이익/주식수)으로 나누어서 구한다. PER가 낮다는 것은 분모인 주당이익(실적)이 크거나 분자인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PER가 15배 미만이면 「저 PER」로 분류할 수 있지만 요즘처럼 증시분위기가 낙관적일 때는 저PER의 기준이 20배 정도로 높아진다.
「저 퍼 혁명」의 선두주자였던 태광산업의 경우 개방직전인 91년말 4만4,000원이던 주가가 94년 52만원, 95년 76만원까지 치솟았다. 대표적인 저 PER주이면서도 자본금과 유동물량이 적고 전산거래가 안됐던 종목이라는 등의 이유로 국내 투자자들은 잘 쳐다보지 않던 종목이었지만 외국인들은 한도가 다 차도록 주식을 사들여 엄청난 수익을 올린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는 투자자들에게서 PER라는 단어가 멀어져갔다.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PER를 계산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는 다시 「PER의 부활」을 목격하고 있다. PER가 5미만인 대표적인 저 PER주 30종목의 주가는 19∼29일 11.25%가 올랐다. 대림요업과 조선선재는 각각 98%, 90%나 값이 뛰었다. 이기간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1.82%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실적이다.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유동성장세가 마무리되고 개별기업의 실적에 따라 주가가 판가름되는 실적장세가 다가올수록 PER의 의미는 커질수 밖에 없다. 주문을 내기에 앞서 한번쯤 PER를 살펴보는게 필요할 것 같다. 김준형기자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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