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쉽게도 하던데…』.2일 덕아웃에 앉아 있던 한화 선발 이상열(22)은 9회말 마무리 구대성이 두산의 장원진을 내야땅볼로 처리, 경기를 끝내자 눈물이 핑돌았다. 6회 마운드를 내려온 뒤 내색도 못하고 후속 투수들의 일구일구, 동료 타자들의 일타일타에 일희일비하다 비로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96년 프로 데뷔후 무려 95경기만에 처음으로 선발승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97년 8월22일 롯데전서 구원승으로 프로 첫승을 거둔 뒤 1년3개월여만에 1승을 추가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상열은 천안 북일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5,500만원, 연봉 1,200만원에 프로에 뛰어든 뒤 중간계투, 패전처리용 등으로 주로 기용됐던 철저한 무명.
이날 선발 등판도 행운이었다. 최근 선발로테이션이 무너지는 바람에 코칭스태프가 짜낸 고육지책. 하지만 1~3회까지 두산 타선을 노히트노런으로 틀어막는 등 「깜짝투」를 펼치자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또다른 기회를 부여했다. 김동주 전형도 등에게 홈런을 내줬지만 5-3으로 리드한 6회 무사1루까지 그를 마운드에 세웠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우는 것이었다.
10승대 투수가 쉽게 거론되지만 이상열처럼 수년동안 1승에 목말라하는 투수들도 수두룩한게 프로야구다.
김삼우기자 sam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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