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대표적 흑인 민권운동가인 제시 잭슨(58) 목사가 코소보사태의 와중에서「평화의 중재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1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미군포로의 석방을 전격 이끌어냈는가 하면,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 등 4개항의 평화안을 담은 밀로셰비치의 친서까지 받아냈다.미군 포로 석방은 공습 두달째로 접어든 코소보사태의 평화적 종결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침략자인만큼 유고 국내법에 의해 재판받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조건없는 석방」으로의 선회는 유고측의 평화적 화해의 제스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미군포로 석방이 유고사태 해결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결과를 가져온다면 잭슨 목사는 그야말로 「한 건」을 한 셈이 된다.
잭슨 목사에 의한 포로 석방은 클린턴 행정부로서는 사실 망외의 성과였다. 그는 백악관의 만류에도 불구, 유고측으로부터 포로들에 대한 접견권을 보장받은 뒤 개인자격으로 종교지도자 등 26명의 사절단을 이끌고 베오그라드로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포로 석방 교섭차 이들 미군을 만났을 때에도 미군의 신변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압력용」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마틴 루터 킹 목사의 후계자로 자처하며 흑인 및 소수인종, 정치범, 성희롱 문제 등 「인권 전도사」로 활약해온 그는 과거에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탁월한 수완을 발휘, 민간외교관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84년 시리아에 포로로 잡혀있던 미 해군 로버트 굿맨 대위의 석방을 성사시켰고, 3년후엔 쿠바로 가 48명의 쿠바 및 쿠바계 미국인 정치범들을 풀려나도록 했다. 90년에는 쿠웨이트와 이라크로부터 외국인 아녀자 인질들을 데리고 나오는 데에도 공을 세웠다. 시카고에서 「레인보우_푸시 연합」이란 단체를 창설, 운영중인 그는 최근 클린턴 대통령의 아프리카 문제 전담특사로도 활약했다.
84년, 88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나섰다 실패했고, 92년에는 대선출마를 선언하는 등 현실정치에도 큰 관심을 가져온 잭슨 목사가 코소보사태의 물줄기를 뒤바꿀 수 있을 지 서방측은 그의 행보를 다시 주시하고 있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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