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의 입 속에는 도끼도 함께 태어난다. 어리석은 자는 악한 말을 함부로 지껄여서 그 도끼로 자신을 찍는다』(가장 오랜 불교경전인 「슛타니파타」중에서)골프는 말과는 상극이다. 재미가 있으면 유쾌하게 떠들어야 마땅한데 골프에서만은 유쾌함을 마음 속에 고즈넉이 묻어두어야 한다. 동반자를 위해서는 물론 자신을 위해서.
P씨는 천성이 유쾌한 사람이다. 낯선 사람과 잘 사귀고 주변과도 잘 어울린다. 유머와 농담으로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는 재능도 타고 났다.
어디서든 환영받던 P씨가 골프장에서만은 한동안 기피인물로 낙인찍혔다. 그의 유쾌한 천성 때문이었다. 골프를 배워 처음 골프장에 나간 날부터 그는 동반자들을 위해 타고난 재능을 발휘했다. 최신 유머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분위기가 가라앉거나 긴장감이 감돈다 싶으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물론 분위기를 부드럽고 유쾌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선의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럼에도 P씨는 인기 없는 골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를 기피하는 이유는 별게 아니었다. 그와 함께 라운딩을 하면 너무 유쾌하게 웃다가 골프리듬을 잃어버리고 스코어도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가 하도 쉬지 않고 떠드는 바람에 집중력이 떨어져 미스 샷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인상도「사람 좋다」는 것에서 「너무 경박스럽다」는 것으로 변질되어 있었다.
골프채를 잡은 지 1년여가 지나서야 P씨는 자신의 타고난 천성이 동반자들에게 피해를 줌은 물론 자신의 골프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이 쏟아내는 유머와 다변이 동반자들로 하여금 골프리듬을 잃게 만들고 자신도 입심으로 골프를 하는 천박한 골퍼로 전락해 있었던 것이다.
『바닥이 얕은 개울물은 소리를 내지만 깊은 강물은 조용히 흐른다. 부족한 것은 소리를 내지만 가득 차면 조용해진다. 어리석은 자는 물이 반쯤 담긴 물병과 같고 지혜로운 이는 물이 가득 담긴 연못과 같다』(슛타니파타 중에서)
자신은 혹시 물이 반쯤 담긴 물병이 아닐까 자문해보자. 그래서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마저 해치지는 않는지.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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