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교육부장관 퇴진서명운동으로 교육계의 대결과 분열양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36만 교원 중 이미 20만여명이 서명을 했다면서 장관은 빨리 물러나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서명운동의 불법성 여부로 논란이 일고 있지만 교원들의 집단행동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닌 것같다. 4일 서명을 마감한 이후의 상황과 그 해결방식이 더 문제다. 교육파동이 걷잡을 수 없게 번지면 국민 전체가 피해를 당한다. 이미 학생과 학부모들은 유형 무형의 피해를 보고 있다.장관에 대한 교원들의 반감은 그가 교육현장을 모른다는 것, 교사를 교육개혁의 주체나 동반자로 보지 않고 개혁대상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교사들은 장관이 과도한 시장경제논리와 왜곡된 수요자중심의 교육정책을 강요, 학교공동체를 대립과 갈등관계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특히 정년을 단축함으로써 이장관은 「교사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해찬식 개혁」에 대한 반감에서 교사들은 장관을 장관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이해찬, 이해찬씨라고 부르거나 공개석상에서 욕까지 하고 있다. 여기에 수업과 잡무의 가중이 반감을 부채질한다. 최근 경남도교육청이 초중등교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90%가 잡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에서 교사들이 꼽은 잡무는 21가지나 됐다.
지금 일선교육현장에서는 교육부의 말이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교육의 질은 학급당 인원과 직결되는데 교원들이 짐을 싸 떠나감으로써 초등학교의 교사부족이 심각해져 한 학급 32명이던 교실이 42명으로 늘어났다. 교사들은 『이런 판에 무슨 열린교육이고 수행평가냐』고 반문하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전교조도 서명사태가 현장을 무시한채 개혁정책을 펴나가는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하향식 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교총도 서명운동이 교총의 명맥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의도라거나 집단이기주의행태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많은 학부모들은 서명운동을 좋지 않게 보고 있으며 이제야말로 학교가 새로워지고 교사들이 달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교원들만 개혁과 구조조정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하다. 교총은 인신공격성 비난언동을 삼가는 게 좋다. 한국교육신문(교총 발행)에 실린 초등학교교사의 시 「얼레리 꼴레리 이서방」은 장관을 「주인에게 노란 완장 얻어 차고 세상이 온통 제것같아 천방지축 날뛰는 이서방…새것이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수십년 집안일에 허리 휜 아들 며느리 하루아침에 내어 쫓은 이서방」이라고 놀리고 있다.
15일의 제18회 스승의 날 기념행사에는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 축사를 통해 교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교육개혁에 앞장서줄 것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시점에서 대통령의 말이 교사들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책임자로서 장관이 이제부터 할 일은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방법론을 총점검하는 것이다. 대의(大義)와 명분이 옳고 바르더라도 현실성과 실현성이 없으면 그 개혁은 공허해진다. 투자와 대화가 없이 경쟁과 평가를 통해서만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반발을 부른다.
역대 정권이 추진해온 그동안의 교육개혁이 줄곧 보태기식 개혁이었지 빼기식 개혁이 아니었다는 지적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교직발전 종합방안을 비롯한 사기진작책과 잡무경감방안을 서둘러 마련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相生)의 교육행정을 추진함으로써 교육파동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갈등과 대립이 슬기롭게 해결되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교육은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임철순 편집국 국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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