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을 하루 앞둔 30일 서울 명동성당.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중단을 선언하고 떠난후 이 곳에는 민주노총 지도부 수십명만이 남아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불과 4일전까지만 해도 4·5월 총력투쟁을 선언하며 기세를 올렸던 열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혼식을 위해 성당으로 모여드는 인파와 차량을 쳐다보는 이들의 눈빛은 더욱 쓸쓸해 보였다.이대로라면 당초 3만명이 참여하기로 예정된 노동절 집회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물론 민주노총은 예정대로 집회를 진행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27일부터 잇따라 집회가 무산되거나, 열렸어도 규모는 초라했다. 노동절 집회 준비상황과 관련, 민주노총 한 간부는 『공식적인 창구인 대외협력실장에게 알아보라』고만 말할뿐 더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8일간의 농성을 끝내고 현장으로 돌아간 서울지하철 노조원들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 군자차량기지의 한 노조원은 『경찰이 상주하고 있고 동료들간의 관계도 서먹서먹해 일할 분위기가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구조조정」이라는 숨막히는 상황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IMF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평범한 직장인들도 뭔가 마음이 편치 못하다. 회사원 김모(32·경기 고양시 화정동)씨는 『지난해 떠난 동료들은 돌아오지 않은 채 국민연금 통합에다 의료보험료 인상까지 겹쳐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판』이라며 『도대체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성당에 남아있던 한 농성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린 상황에서 총력투쟁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노동절을 앞두고 있지만 노동운동 자체가 위기에 몰려 있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