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는 환란 이후 처음으로 커다란 기지개를 켰다. 지난 3월 생산 출하 투자 소비등 각종 경제지표가 「파란 불」 일색으로 경기가 회복국면에 진입했음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심지어 땅값조차도 환란 이후 처음으로 오름세로 돌아섰다.「저금리」를 축으로 한 정부의 지속적인 경기대책이 주식시장의 「고주가(高株價)」를 거쳐 결국은 실물경제에까지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반길 일이다.
이같은 경기회복 흐름은 다소간의 시차는 있겠지만 오그라든 일자리, 찌든 살림, 멈춰서있던 기계 등에 훈풍과 생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현재 진행중인 기업·금융구조조정 등으로 한국경제를 이끌 어떤 「새싹」이 나와 이뤄졌다고 보기엔 무리가 많다.
그토록 바라던 경기회복이 통계수치로 확인됐는데도 달가운 눈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증시를 회복시키면 실물경제도 뒤따라 좋아질 것이라는 정부의 「증시 선도론」은 당초부터 이같은 한계점을 스스로 지니고 있었다.
현재와 같은 경기회복이 계속 이어지면 한때 영양실조 상태에까지 빠졌던 실물경제는 종전처럼 복원되겠지만, 이와함께 썩고 상처난 부위를 도려내려는 외부의 노력에 저항하려는 힘도 키우게 될 것이다. 경기가 회복될수록 구조조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심지어 방해받을 공산이 크다는 걱정은 결코 기우가 아니다.
지금의 경기회복에 등급을 매기자면 「B마이너스」 수준이다. C나 D급은 아니지만 A급 또한 아니다. 실물경제 내부의 성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포도당주사와도 같은 저금리에 의해 각종 지표가 반전했다는 점에서 A급이라고 볼 수가 없다.
다만 실물경제가 일정수준 이상의 구조조정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B급의 평점이 가능하다. 또한 생산 보다는 소비가, 수출 보다는 수입이 각각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B급 중에서도 「B마이너스」 등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경제는 충분히 환란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지만, 이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 「환란 이전으로의 복귀」가 정책목표요, 지향점이었느냐고 정부당국과 민간에 묻고 싶다.
우리가 원한 건 구조조정을 거친 튼실한 경기회복이 아니었던가. 정부는 생산자나 소비자가 괜한 기대감을 갖도록 해서는 안된다. 당분간 다지기를 계속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몫이다. 그래야 A급 경기회복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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