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19)는 80년생. 경제성장의 열매를 따먹던 80, 90년대를 살았지만 어린 시절은 어두웠다. 검은 피부색보다도 더.박일준 인순이를 끝으로 혼혈가수의 맥은 끊어진 것 같았다. 흑인 혼혈인 소냐의 한국 이름은 김손희. 호적도 올리지 못했다가 8세때 초등학교에 입학 할 때서야 옆집 아저씨의 성을 따고, 「소냐」를 한국식으로 발음해 이름을 지었다.
미군으로 대구에 주둔하던 아버지와 대구에서 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만나 소냐보다 5, 6세쯤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오빠와 소냐를 낳았다. 아버지는 본국으로 들어갈 때 오빠만 데리고 갔고, 소냐는 엄마와 단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8세때 유방암으로 세상을 떴고, 남겨진 소냐는 외가에서 살았다.
중학을 마치고 방직공장에 취직했다. 밭뙈기 농사로는 소냐를 고교에 진학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계가 실을 짜는 동안 소냐는 끊어진 실을 잇는 일을 했다. 시끄러운 공장에서는 하루 종일 귀마개를 했는데 이때 마음껏 노래 연습을 했다. 야간 금오여고에 다니며 학교 축제무대에 섰는데 구미가 떠들썩 할 정도로 노래 잘한다는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서울 제작자 눈에 띄어 지난 해 상경했다. 꿈에 그리던 대학(경운대 전산정보과)에도 들어갔다.
노래를 따로 연습해 본 적은 없다. 그저 TV에 나오는 유행가를 엄청나게 따라 불렀을 뿐이다. 타고난 피는 속이지 못하는 것일까. 흑인 특유의 리듬감각과 비트감이 빼어나다. 『너무 팝적으로 부르면 거부반응을 일으킬까봐 많이 자제했다』는 제작자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첫 앨범에서는 박정현을 능가하는 R&B 가수로서의 재능이 넘친다.
첫 앨범 「All Best」의 타이틀 곡 「너의 향기」는 팝 발라드. 「저 하늘만 바라보며 눈물 흘려/사랑한단 너의 목소리와 들려와」. 『돌아가실 때 뵙지 못한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불렀다』는 소냐의 말처럼 애절한 보컬이 귀를 확 잡는다. 「끝이 아니길 바래/내가 눈을 떴을 때/사랑스런 너의 품에 안겨있기를 바래…너무 늦지 않게 돌아와 줄 널 믿고 있어」(「아이리스」). 연인의 이별을 부른 노래지만 『어머니가 이런 말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서 불렀다. 댄스곡 「Not Bad」 「Don't Be Back」은 빠른 비트를 탈 줄 아는 그녀의 매력이 묻어 나온다. 가사는 소냐가 제 생각을 적어둔 것을 전문 작사가들이 살을 붙였고, 잘 나가는 발라드 작곡가 성우석 김형석 등이 곡을 썼다. 일본과 미국 진출도 꿈꾸고 있다. 후속곡 「아이리스」는 사이버 공간을 활용한 3D 방식으로 뮤직 비디오를 만들고 영어와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 예정이다.
어릴 적 TV에 나오는 마이클 잭슨을 보고는 『우리 오빠』라고 자랑을 한 어린 시절도 있었지만 소냐의 소녀 시절은 우울했다. 『왜 나는 이렇게 태어났을 까』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피부색에 연연하지 않는다. 인기가수가 되면 언젠가 아버지와 오빠를 찾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를 찾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지만 그가 제2의 「흑진주」가 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많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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