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전북지사가 서울 양천구 목동 관사에 대한 도난사건의 현장검증을 거부해 비난을 사고 있다. 인천지검에 따르면 유지사측은 지난 23일 내부 집기류를 모두 치운뒤 관사를 부동산중개소에 내놨다며 현장검증을 거부하고 있다.유지사는 『그동안 경찰·검찰이 세차례나 관사에 와서 현장조사를 했는데, 또 현장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공세이자 여론재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지사는 또 『도둑이 훔쳤다고 주장한 미화 12만달러 부분이 사실상 허위로 판명된 시점에 피해자 입장에서 현장검증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해 『첫번째 현장조사는 피해신고를 접수한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했고 나머지 두번은 검사가 집 위치와 내부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범행을 재연해보는 현장검증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박상천 법무부장관도 지난 22일 국회 법사위에서 유지사가 도난당했다는 현금 3,500만원의 출처를 조사하고 현장검증을 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유지사의 현장검증 거부는 한마디로 공권력을 무시하고 국민을 얕보는 행위다. 현장검증은 의혹이 있는 사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수사절차다. 외화를 훔쳤다는 도둑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더구나 현장검증에 협조하여 억울한 누명을 벗으려해야 할텐데, 왜 검증을 거부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
이미 사회문제가 된 사건의 현장검증을 거부하는 것은 불필요한 의혹만 가중시킬 것이다.
현장검증 거부 명분의 하나인 갑작스런 관사 폐쇄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위치가 노출돼 더이상 사용할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도지사의 서울출장소는 비밀을 유지해야 할 보안시설이 아니다. 도둑을 맞은 후 실내집기를 모두 옮겨 현장을 훼손한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
도둑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면 우선 현장이 보존돼야 하지 않겠는가. 도둑을 맞고 기분이 나빠서 세든 관사를 옮기고 싶었더라도 수사가 종결된 후에 폐쇄했어야 한다.
유지사는 자신이 공직자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공직자는 의혹을 받을 일을 해도 안되지만, 불가피하게 의혹에 휘말렸을 때는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자신을 선출해 준 유권자들에 대한 도리다. 또한 검찰은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라 검증영장을 발부받아 반드시 현장검증을 해야 한다.
법무부장관이 약속한대로 3,500만원에 대한 출처도 밝혀내야 한다.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