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기를 겪는 북한 주민들이 굶주린 배를 움켜잡고 들과 산을 헤매고 있다. 지난해 수확한 식량이 벌서 바닥나 대용식량을 구하려는 식량유민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는 국제사회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미 CNN방송은 4월27일 세계식량계획(WFP) 평양주재대표 데이비드 모튼의 성명을 인용, 2,300만명의 북한 주민이 여름채소와 감자가 수확될 때까지 기근에 허덕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북한 비축식량은 이달초 북한당국이 1인당 1.5㎏씩 배급한후 고갈됐다』며 『지난 4년간 북한의 춘궁기 식량난은 연중행사가 됐다』고 전했다. 또 『풀뿌리 풀잎 해초 옥수수줄기 등에 곡물과 효소를 섞어 만든 대용식품은 영양분이 거의 없고 어린이와 노인들의 소화장애를 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달 20일 발표된 유엔의 2~3월 북한보고서도 나락으로 치닫는 북한사정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 보고서는 『작년도 수확분 배급이 소진된 함경남북도를 비롯한 동북부지방 식량상황이 위험하다』며 『3월 북한 대부분 지역에서 대체식품을 포함해 하루 곡물 150g이 배급됐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식량부족이 가장 극심한 시기는 배급이 중단되고, 여름철 감자와 채소가 나오기 직전까지의 춘궁기』라며 『북한 남부지방은 5, 6월, 북부 지역은 5월부터 8월까지가 식량사정이 가장 어려운 때』라고 덧붙였다. 95년 수해로 농업기반이 완파된 뒤 북녘 동포들은 올해에도 허기진 배를 채울 국제사회와 남녘동포들의 구호식량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북한의 식량난은 95년을 기점으로 심화했다. 황장엽(黃長燁)전노동당비서는 『95년 큰물 피해후 아사자가 속출했다』며 『95년에 당원 5만명을 포함, 50만명이 아사했고 96년에는 100만명가량이 굶어죽었다』고 증언한다. 그는 97년까지 280만명이 아사했을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사실에 가까운 수치라고 강조했다. 식량증산과 직결된 비료생산 수치도 비관적이다. 지난해 북한의 화학비료 생산량은 63만톤으로, 정상적인 영농을 위해 필요한 169만톤에 106만톤 부족하다.
하지만 최근 식량사정이 조금씩 나아질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북한이 쌀 146만1,000톤, 옥수수 194만7,000톤, 콩 11만3,000톤, 기타 잡곡 36만5,000톤 등 총 388만6,000톤을 생산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전년도와 비교해 11% 증가한 것이지만 북한 연간수요 식량(1일 성인 540g 배급기준) 551만톤에는 162만여톤 부족한 수치다.
올해 부족분을 채워주기 위해 미국은 잉여밀 30만톤을, WFP가 79.2만톤을 북한에 지원할 계획이다. 관측통들은 올해에 국제사회가 100만톤이상의 식량을 북한에 지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현재 북한으로 지원된 물량은 아직 미비하다.
정부는 북한식량난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식량배급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주민에게 배급될 식량이 전부 배급되지 않고 있으며, 교통망이 나빠 산간오지에 제대로 배급이 이뤄지지 않는 점등이 춘궁기 식량난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식량난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 위해 정부는 비료증산등 농업구조개선사업에 나설 계획』이라며 『국내 민간단체와 국민들이 당장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에게 인도적인 지원의 손길을 뻗치면 남북관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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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겨운 탈북행렬] 750원위해 중국건너가 매춘
아사직전의 북한주민에게 압록강, 두만강을 경계로 하는 1,300㎞ 중국과 북한의 국경은 더이상 장애가 못된다. 한 줌의 식량을 구하려는 필사의 행렬은 국경 전역에서 목격된다.
중국쪽 접경도시 지린(吉林)성 옌볜(延邊), 단둥(丹東), 선양(沈陽) 심지어 내멍구(內蒙古)에서도 이들을 목격할 수 있고 매춘, 인신매매현장도 있다.
중국 공안당국은 이들 탈북자 숫자를 1년간 적게는 10만명 많게는 40만명까지로 추정하고 있고 탈북 상주인구는 8,000명쯤으로 보고 있다. 최근 들어 중국과 북한은 내부적으로 변경경계를 강화했고 매춘, 마약 단속을 대대적으로 실시할 정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식량구걸을 위한 탈북자에게는 중국쪽도 북한쪽도 관대한 편이다. 중국쪽 압록강변에는 3~4명씩 어린 꽃제비들이 모여 빵을 먹거나 식량자루를 메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탈북여성들은 대부분 교육수준도 높고 외모도 빼어나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이 이들을 인신매매하고 있으며 북한처녀들은 중국인들과 갈등도 심하고 적응을 못해 대부분 1~2달 살다 도주한다. 또 변경도시 외곽에서는 몸파는 북한처녀들이 나날이 늘고있다. 어둠이 깔리면 공원, 강변 등에서 5~10위안(元,한화 750원~1,500원)을 받고 밥을 먹기 위해 중국인 노동자, 농민들과 매춘을 한다.
최근 베이징(北京)에서 만난 한 재중동포는 눈물나는 이야기를 전했다. 평양의 대동강가에는 아침이면 그물을 들고 나와 강가를 떠다니는 부유물을 건지는 평양시민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것을 먹기도 하지만 아파트내에 사육중인 돼지 사료로 쓴다는 것이다. 평양의 아파트에서 돼지를 키우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적당히 크면 쌀이나 소금과 교환한다.
북한은 지난해 몽고에서 주정 120톤을 원조 받았다. 굶어서 원기를 회복 못하는 주민들에게 술이 최고의 약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에 부임한 북한 외교관 부인이 중국에 와서 제일 놀란 일은 시장에서 두부를 마음대로 팔고있다는 사실이었다는 말도 있다. 3월 현재 북한 당국은 군대에는 1일 6~700g, 평양 시민들에게는 450g 정도의 식량을 1주일분씩 배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방의 도시나 농촌지역 주민들에게 얼마만큼의 식량이 배급되고 있는지는 정확한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북한 아동들의 영양실조나 질병도 심각한 상태. 의약품·깨끗한 물 부족 등 총체적으로 의료·위생시스템이 붕괴된 실정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식량난 속에 청부폭력, 밀주, 매춘, 뇌물수수 등 각종 사회범죄와 비리가 확산되고 보위부원과 안전원을 구타하는 등 공권력에 도전하는 등 체제 일탈 현상도 증가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또 평양과 지방도시 거주민 200만명을 지방과 농촌으로 강제이주시키는 「주민 재배치 사업」을 시행중인데 이에 반발한 자살, 이혼, 이주자와 토착민간 반목과 갈등 등이 빚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현재 7,000여톤의 보리종자, 1,000여톤의 옥수수 종자, 질소비료 70만톤, 인산 칼리 비료 80만톤 농업용 비닐 2억㎡, 제초제 3,000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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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의료실태] 결핵환자만 800만명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가 최근 공개한 북한 관련 비디오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건강상의 이유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는 산모가 수술 도중 계속 고통스러워 하는 화면인데 마취제가 부족해 제대로 마취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의 의약품및 의료기구 보유 실태를 표현하는데는 「절대 부족」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식량난과 전염병 창궐로 평상시보다 배 이상의 의약품이 필요하지만 의약품 등의 생산능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따라서 부족분은 모두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지하는 형편이다. 구호단체 관계자들은 『결핵치료제와 각종 항생제, 노약자를 위한 영양제 등이 가장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와 우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북한의 보건 실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통일연구원이 3월 펴낸 북한인권백서는 『치료시설과 의약품 수준이 극히 열악해져 75년 완전히 퇴치됐다는 결핵이 다시 만연해 환자가 300만~400만명, 감염자는 700만~800만명 수준』이라며 『깨끗한 수돗물 공급이 안돼 매년 여름 많은 북한 주민들이 파라티푸스, 콜레라 등 수인성 전염병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발간된 유엔 인도지원국의 북한상황 1차 보고서는 북한 병원직원들의 결근율이 20~25%나 된다고 밝히며 의료인력 부족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평안남도과 개성 지역 의료시설은 전통적인 한방 치료제만을 보유하고 있으며 폐렴및 기관지염 환자들은 항생제가 부족해 위험한 처지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료지원은 올들어서야 활발해지고 있다. 올초 국제적십자사연맹의 의약품 지원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민간단체들이 항생제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독일의료연구소는 최근 평양제약공장 등 의약품 제조시설의 개선을 지속적으로 후원할 방침이다.
국내 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도 5월 11일 4억원 상당의 의약품을 북한에 보내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료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홍상영(洪相榮)기획부장은 『식량난에 의료 서비스 중단까지 겹쳐 진다면 북한의 사회체제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며 『인도적 차원에서 의약품 지원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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