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전쟁」이 5주를 넘겼으나 여전히 안개속이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공습의 고삐를 더욱 죄고 있지만 군사전략적 한계에 직면했으며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신유고연방 대통령은 친서방 정적을 제거하는 등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리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물밑외교도 돌파구를 찾기에는 나토와 유고간의 골이 너무 깊다.
◆공습한계론 대두
나토 지도부내에서 공습만으로론 밀로셰비치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주장이 또다시 제기되고 있다. 웨슬리 클라크 나토군 총사령관은 27일 전황 브리핑에서 『지난 5주간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군은 기대한 만큼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밀로셰비치는 오히려 코소보 주둔 병력을 4만명 수준으로 증대시켰다』고 말했다.
클라크의 이 지적은 최근 나토정상회담에서 확인한 「공습효과론」과는 다른 뉘앙스이다.
나토는 그동안 불규칙한 기후로 출격 전투기의 50% 정도만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등 공습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잇딴 오폭으로 민간인 희생자를 양산해 왔다. 이는 「코소보의 알바니아계 구출」이라는 당초 목적의 수행과는 거리가 있다.
◆유고내부 이상 조짐
밀로셰비치 대통령에 비판적인 부크 드라스코비치 부총리가 28일 전격 해임됐다. 드라스코비치는 해임후 자신이 이끄는 세르비아쇄신운동(SPO) 소속의 각료 3명이 반발 사임할 것이라며 반 밀로셰비치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밀로셰비치의 부인 미랴나 마르코비치가 주도하는 신공산당 소속 고란 마티치 무임소장관은 이날자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유고는 평화협상에서 양보할 태세가 돼있다』고 말했다.
나토는 유고 지도부내 이같은 돌출 행동들을 밀로셰비치 정권의 균열 조짐으로 보고 있다. 제이미 셰이 나토 대변인은 『유고내에서 「전쟁의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면서 『밀로세비치가 정치 엘리트로 부터 점점 고립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밀로셰비치가 정적들을 제거, 정치적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드라스코비치는 자신의 해임을 밀로셰비치파의 득세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모스크바의 외교전
나토는 최근들어 외교노력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스트로브 탈보트 미 국무부 부장관은 28일 『러시아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고가 나토의 협상안에 합의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협상의 어려움을 실토했다.
최대 쟁점은 종전후 코소보에 주둔할 국제군의 성격. 나토는 나토 주도의 국제군을 양보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반면 유고는 러시아와 유엔이 주도하는 국제군의 주둔을 주장하고 있으며 러시아가 나토에 공습중단 압력을 넣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루돌프 샤르핑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유고담당 러시아 특사를 만난 뒤 『정치적 해결의 가능성이 다소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과대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를 무대로 한 외교적 접촉은 여전히 활발하다. 29일 모스크바에서는 러시아, 그리스, 캐나다 외무장관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등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열렸다. 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G8은 5월초 코소보 사태 해결을 위한 각료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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