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상 복역하다 출소한 비전향 장기수들이 홀로서기를 위한 첫 행보를 시작했다. 93년과 지난 2월에 각각 석방된 김은환(70) 안영기(71) 장호(82) 홍문거(80)씨 등 70~80대 할아버지 장기수 4명은 27일 경기 과천시 중앙동 서울호프호텔 2층에 아담한 중고품 판매상점을 열었다.열다섯평 남짓한 이 중고 판매점에는 아직은 가게 간판이나 전화도 없으며 진열품도 수감생활중 각계에서 기증받은 도서 3,000여권과 남녀 의류 수십점 등이 고작이다. 구러나 앞으로는 구두 골동품 가전제품 등 각종 물품을 모두 취급하는 중고품백화점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가게를 열게 된 배경은 『사회적응 및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생계 유지 차원에서 시작했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그간 「한라에서 백두까지」라는 머리글자를 딴 두칸짜리 지하셋방 「한백의 집」에서 공동으로 살아온 이들은 몇 안되는 독지가들의 후원과 취로사업 등을 나가 얻는 수입금으로 근근이 생활해왔다. 하지만 노인의 몸으로 취로사업 참여는 갈수록 힘에 부쳤고 결국 가게보증금을 후원자가 내주는 대신 월세금은 본인들이 충당키로 하고 중고품 장사를 결심하게 된 것.
김씨는 『수입금이 남으면 정신대 할머니들이나 기지촌 아이들에게 물질적인 도움을 줄 생각이다』라며 『장기수들도 우리 사회에서 떳떳히 독립해 살아갈 수 있다는 모범케이스가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할아버지 장기수들은 이제 단순히 온정을 앞세운 방문이 아닌 소비자와 판매자의 입장에서 자신들을 찾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한백의 집(02)504_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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