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제 잇속 차리는 장사라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상도(商道)라는 게 있다. 「북경반점」(24일 개봉)과 「신장개업」(5월 1일 개봉)이 나란히 문을 열게 됐다.「나란히」는 시간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공간(상영관)까지 이웃하거나 같다는 얘기다. 분위기와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중국음식점이 배경이고, 주 메뉴가 자장면이니 동종 업종임을 부인할 수 없다.
두 영화 속에 설정된 상황이 현실에서 벌어진 꼴이다. 「북경반점」(감독 김의석) 길 건너에 들어선 현대식 중국식당 「만리장성」. 주인은 주변 식당들을 쓰러뜨려 독점을 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화학조미료를 듬뿍 쓰고, 「북경반점」의 주방장까지 빼간다.
그 때문에 「북경반점」식구들은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양심을 팔지 않는다. 전통을 지킨다. 자연발효 춘장으로 최고의 자장면을 만들어 낸다.
뒤늦게 출발한 제작사 황기성사단의 「신장개업」(감독 김성홍)도 똑같다. 손바닥만한 소도시에서 안면으로 장사를 하는 「중화루」 맞은 편에 의문투성이의 「아방궁」이 문을 연다. 자장면 맛은 일품. 문전성시다.
반대로 「중화루」는 파리만 날리는 신세. 왕사장(김승우)은 「아방궁」이 인육(人肉)을 쓴다고 확신, 주방장과 배달원을 데리고 물증을 찾아 다닌다.
급기야는 자기도 인육을 쓰겠다며 「인간사냥」에 나선다. 「수호지」의 인육 얘기와 『너 자장면 되고 싶어?』란 개그까지 끌어 들여 어처구니 없고, 우스우며 때론 기발하고 섬뜩한 상황들을 연출한다.
그러나 씁쓸하다. 알고보니 「아방궁」이 인육을 썼고 마침내 「중화루」도 인육으로 자장면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다. 어차피 허구니까. 주연 배우(김승우)의 매끄럽지 못한 연기, 키치적 코미디 탓도 아니다.
영화속 누구에게도 상식과 양심을 찾을 수 없다는 것. 그들처럼 한 극장에 두 자장면 영화를 「나란히」 걸어 『너 아니면 나죽자』식의 모습을 보이는 우리 영화인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유경쟁, 적자생존의 논리로 변명할 것인가? 한국일보에 연재중인 최인호씨의 소설 「상도」를 한번이라도 읽어보시길.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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