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학 자료의 보고(寶庫)이자 연구 본산인 규장각이 설립 220여년만에 처음으로 여성 관장을 맞이해 학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서울대(이기준·李基俊총장)는 29일 규장각 관장에 국사학과 정옥자(鄭玉子·57)교수를 임명했다. 서울대가 여성을 부속기관장에 임명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사학과 61학번인 정교수는 81년 교수로 임용된후 20년 가까이 국사학과의 유일한 여교수로 후학양성에 힘써왔다. 서울대측은 『정교수가 조선후기 사상사등 강의를 통해 실학 사상에 깊은 통찰을 보여온 것으로 정평이 나있어 규장각을 맡기에 적임』이라고 말했다.
1776년 정조(正祖)가 왕실 도서관및 학문강의 기관으로 설립한 규장각은 귀중한 학문자료의 집결처이자 조선 후기 실학자들의 요람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서울대는 해방후 중앙도서관내에 규장각 관리실을 둬 운용해오다 92년 규장각 관장을 임명, 독립시켰다.
규장각 독립 이후 3대 관장을 맡게 된 정교수는 이전에도 관장 물망에 올랐지만 규장각의 상징적 의미를 거론하며 여성 임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 임명이 무산됐다. 학계에서는 정교수의 관장 취임을 계기로 보수적인 국학 분야에 변화가 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교수는 『학교와 전체 국학분야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하고 직책을 맡았다』며 『수십만건에 이르는 소중한 자료를 관리하는 한편 규장각의 명성에 걸맞는 연구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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