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장성이 2001년부터 재무성으로 이름이 바뀐다. 아직 국회 통과절차가 남아있지만,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는 지난 27일 각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 부처 이름이 변경되는 것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경우는 일본 개혁의 핵심인 정부개편의 「초점」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일본에서는 도쿄대 법학부를 나와 대장성에 들어가는 것을 최고 엘리트 코스로 여긴다. 이른바 출세가 보장된다. 대장성 관리들은 일본 경제는 물론 사회전반을 이끌어 간다는 자부심이 대단하고, 실제 일본경제 부흥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때문에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고 있는 대장성 전·현직 관료들은 어떻게든 대장성이라는 명칭을 유지하려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일본 경제를 전후 최악의 불황에 빠뜨린 주범이라는 비판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일본 관료제도의 상징인 대장성은 금융위기 처리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세계 조류를 못따라가는 국제적 안목 부족에다 지나친 이기주의 등으로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오부치 총리가 이번 명칭변경을 정부개편의 상징으로 간주, 밀어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명칭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행정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비난을 받게되고, 야당측의 반발로 다른 개혁법안 처리까지 어려워져서 결국 총리의 지도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장성이라는 명칭은 700년대 초 일본의 관제에서 쓰이기 시작했으며, 「대장(大藏)」은 「국가 재물을 보관하는 큰 창고」라는 의미다. 대장성은 그후 1,300년동안 국가재정과 금융을 장악해 왔다. 명칭과 조직이 바뀌었다고 해서 재정과 금융의 분리등 대장성 개편의 목적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21세기를 향한 일본의 변신노력은 상당한 것 같다. 이 어려운 시절, 정부조직개편을 한다고 40억원이 넘는 용역비용만 날리고 주저앉은 우리의 개혁노력은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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