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는 일 가운데 그나마 농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이 추곡 수매가와 수매량일 것이다. 쌀농사를 지을 건지, 다른 작물을 심을 것인지 하는 한해 영농계획표도 이를 근거로 정해진다. 그런데 올해 농민들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모내기철을 맞아야 할 판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해 놓은 올 추곡수매가 동의안이 50여일째 잠자고 있기 때문이다.농림부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3%인상을 골자로 한 올해 추곡수매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3월10일. 농림해양수산위원회소속 여야의원들은 같은 날 전체회의에서 『물가인상률 등을 감안할 때 3%인상은 턱도 없다』며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수정동의안을 다시 만들어 오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은 그동안 서너차례 농해수위에 출석할 때마다 『재정경제부 등 예산당국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하기 때문에 더이상의 인상은 힘들다』는 하소연만 되풀이했다.
김장관은 급기야 『위원회안이라도 만들어 달라』고 「읍소」하고 나섰다. 재경부를 설득하기 위해 정치권의 힘을 빌려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여야3당 정책위의장은 21일 『이번 회기내에 추곡수매값 여야단일안을 만들어 처리하겠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국민회의가 5~6%, 자민련이 7.5%, 한나라당이 8.5% 인상안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농림부는 정치권에, 정치권은 정부쪽에 떠넘기며 공허한 시소게임만 벌이고 있는 셈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농민들을 돕는 것은 고사하고 도리어 제 할일조차 못하는 통에 영농의욕마저 꺾고 있다.
/김성호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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