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추락이었다.안방에서 열린 99월드컵사격대회서 메달하나 건져내지 못한 한국사격을 두고 관계자들은 『예정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90년대중반까지만 해도 세계를 호령하던 한국사격의 위용은 온데간데 없고 남의 잔치에 안방을 빌려준채 뒤로 나앉은 초라한 몰골.
지난해 아시안게임때부터 그 단초가 보였지만 너무나 급격한 추락이다.
『제자리걸음이 이유입니다』. 한 사격관계자는 추락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사격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한국은 제자리걸음만 해대고 있다는 얘기였다. 선수구성이 단적인 예다. 차영철 이상학(이상 한국통신) 여갑순(청원군청)등 몇년전이나 지금이나 대표선수들의 면면은 달라진 게 없다.
이들이 잘해서가 아니다. 「젊은피」가 수혈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종합우승을 차지한 중국의 경우, 공기소총에서 세계타이기록을 수립한 차오 잉후이와 공기권총과 스포츠권총에서 2관왕을 차지한 차오잉 등이 이전 세계무대에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신예들이다. 속속 영입된 「젊은피」가 기존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기록향상을 일궈낸다면 한국은 여전히 노후한 피가 고여있는 셈이다. 발전될 리가 없다.
연맹측은 IMF여파로 실업팀들이 속속 문을 닫아거는 상황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팀창단과 선수수급 문제 등에서 현상황을 돌파할 어떤 대안도 내놓지 못한채 『IMF때문에』란 말만 반복한다.
제자리걸음은 이것만이 아니다. 노후한 장비와 실탄부족,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는 부실한 정보능력등도 한국사격의 추락을 부추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실탄부족으로 제대로 연습조차 하지 못한 것이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던 한국사격의 현주소는 아직도 여전하다.
대표팀의 한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훈련용 실탄을 아직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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