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때가 아니다』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PNA) 수반이 27일 다음달 4일로 예정된 독립국가 선포의 사실상 연기를 선언했다. 5월 4일은 5년간을 팔레스타인 자치기간으로 정한 94년의 오슬로 협정이 종료되는 날. 이날 이후 팔레스타인은 언제든 「예루살렘을 수도로 한 독립국」을 선포할 수 있고, 아라파트 역시 기회있을 때마다 『독립국 선포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 이라고 말해왔다. 이 문제를 확정짓기 위해 이날 소집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중앙위원회(PCC)도 독립선포는 최소한 1년이상 연기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사실상 국가를 운영중이고, 독립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는 이날 아라파트의 발언은 중동의 「뜨거운 감자」 팔레스타인 독립문제를 일단락지었다는 의미와 함께, 팔레스타인의 현 상황을 가장 현실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립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월 이후 무려 60개국 이상을 순방했던 아라파트는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의 독립은 인정하되 최소한 이스라엘 총선이 실시되는 다음달 17일까지는 이를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국제사회의 일관된 목소리를 확인했다. 전날에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으로부터 최종 평화협상을 2000년 5월까지 연기해달라는 친서까지 전달받았다.
독립국 선포의 전권을 위임받은 중앙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대체로 3가지. 예정대로 5월 4일 독립선포를 강행하는 것과, 일정기간 독립선포를 유보하는 것. 이는 미국과 유럽의 「권장사항」이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 총선 의 결선투표가 치러질 6월 1일까지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 않은 채 회기만 연장하는 방안이다. 독립선포 연기가 대세지만 「작전상」 당분간 현안으로 남겨두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독립을 선포하든 연기하든 어느쪽도 「대 팔레스타인 강경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의 선거전략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중앙위 회의에는 오슬로 협정의 무효를 끈질기게 주장해 왔던 과격회교 무장단체 하마스가 처음으로 대표단을 보내 회담장의 무게를 더했다.
/황유석기자 hwang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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