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H(일명 체르노빌)란 컴퓨터 바이러스가 26일 유독 한국에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인이 개발한 사이버테러 무기인 이 바이러스는 미국 싱가포르 이집트 방글라데시 등 세계 각지에 출현했으나 한국만 큰 피해를 입었다.싱가포르의 경우 공공기관은 피해를 입지 않았고 미국도 커다란 피해사례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개인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을 당해 최소한 100만대 이상의 컴퓨터가 「뇌사상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악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CIH바이러스의 일격에 수천억원대의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처음으로 겪은 사이버테러의 파괴력은 정말 가공했다. 컴퓨터상의 날짜 하나만 바꿔주면 테러를 피할 수 있었는 데도 어쩌면 이렇게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는 지, 한심스러움 또한 감출 수 없다.
나름대로 정보화에 관한 한 여느 국가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다고 자평해온 마당에 나라 전체가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테러에 대해 민간에서는 그나마 일부 사전경고음을 울렸으나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보통신부는 안타깝게도 담당업무가 아니라는 안일한 생각에 젖어 손을 놓고 있었다. 방어를 지휘해야 할 정통부마저 고스란히 점령당해 각종 파일을 망친 것을 보면 정통부로서도 할 말을 잃었을 것이다.
새 천년을 앞두고 정보화를 주도하겠다며 정통부가 얼마전 마련한 「사이버코리아 21」이라는 프로젝트 파일은 온전히 남아있는 지 걱정스럽다.
정부나 민간이 「사이버재난」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기에는 이번 사태의 피해가 너무 엄청나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는 없다. 지금이라도 빨리 사이버테러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 마련에 나서야 한다. 인력이 없으면 컴퓨터바이러스에 대한 백신개발 전문가들을 아웃소싱해서라도 체계적인 조기경보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사실 정통부만을 탓할 일도 아니다. 내년에 발생하는 Y2K 문제의 경우 사이버테러는 아니지만 그 위력은 웬만한 사이버테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재앙을 낳을 수 있다. 정부는 마땅히 국가적 프로젝트로 대응해야 하는데도 정통부에만 맡겨두고 있다.
정부조직의 속성상 상대적으로 왜소한 정통부가 특별대책본부나 위원회같은 기구 없이 Y2K문제에 나설 때 다른 부처들이 기민하게 협조하거나 따라줄 리 없다. 사이버재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이제라도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종전과 다른 사이버정책을 펴주기를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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