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꽉 막히도록 벅찹니다. 79년 창립했던 한국매듭연구회가 올해로 꼭 20주년입니다. 매듭을 시작한 지 37년, 전수교육을 시작한 지 26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김희진(金喜鎭·65)한국매듭연구회장은 28일부터 5월 12일까지 서울중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기획 전시실에서 한국 매듭전을 펼친다. 10월 21일~11월10일엔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해외전시회도 갖는다.
76년 중요 무형문화재 22호로 지정된 김씨에게 매듭은 삶을 지탱하는 열정이자 영원히 헤어나올 수 없는 숙명같은 것이다.
김씨가 매듭의 길에 빠져 든 것은 19세 때 진명여고를 갓 졸업하고 나서. 『한국일보에 연재된 예용해 선생님(문화재위원)의 「인간문화재」시리즈를 퍽 재미있게 읽었어요. 「전통공예의 맥이 끊어지려고 한다. 누구 불씨를 이어줄 사람이 없겠느냐」는 구절이 인상 깊어 무작정 내가 맥을 잇자고 결심, 예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목각을 하는 선추장을 만나고 싶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예선생님이 다회장(매듭장)인 정연수(程延洙·매듭장의 첫 인간문화재·74년 사망)씨를 소개해 주시더군요』
김씨는 정씨를 처음 만나 그가 만들고 있는 강렬한 삼원색의 상여장식인 유소(流蘇)를 보는 순간 『좋다, 어떻다, 아무런 말조차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첫 눈에 매듭의 세계에 홀린 것이다. 결혼도 않고 조선시대의 매듭기법을 전승하며 또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한국의 섬유예술로 가꾸어 나가기 위해 생을 다 바쳤다.
『흰 명주실을 사서, 미묘한 색을 내는 염색과정이 그렇게 신명날 수가 없어요. 명주실은 빛을 안으로 품어요. 반면 화학섬유는 빛을 밖으로 내뿜어 똑같은 염료를 사용해도 색의 품위가 다르지요』
끈을 짜는 다회틀은 김씨가 직접 궁중에서 상궁들이 쓰던 틀, 장인들이 사용하던 틀을 연구, 굵은 실과 가는 실을 동시에 짤 수 있도록 특수 고안한 것이다.
『눈(매듭의 꼬임)이 반짝반짝 살아나도록 짜야 해요. 매듭은 절대 좌우대칭을 이루어야 완벽한 균형미를 가질 수 있어요』 물들이고 꼬고 짜고 맺는 과정을 통해 얻는 절제미의 결정체…. 그가 젊음까지 고스란히 바친, 바로 외길의 장인 정신이다.
이번 전시회에 김씨는 3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제작해왔던 국새인수, 박유소(국악기에 늘어뜨리는 잔술), 노리개 대삼작, 황라방장유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김혜순 박양자 김은숙씨 등 그의 전수장학생, 이수자, 조교, 일반회원 38명의 작품전시회도 곁들인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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