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의원을 통과, 사실상 확정된 일본의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은 미일안보체제의 강화를 상징한다. 또한 일본 자위대가 「후방지원」을 명목으로 한반도나 대만해협 사태에 개입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주변사태법안과 자위대법 개정안, 미일 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ACSA) 개정안 등 3개 법·협정안은 미국의 요청을 일본이 수락한 형식이다. 후방 지원을 일본 자위대에 맡김으로써 미군의 극동지역 전력은 크게 향상됐다.
냉전 당시 「대소련 포위망」의 하나로 출범한 미일안보체제가 냉전 종식으로 약화하기는 커녕 유럽에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강화됐다. 전략 목표가 「대소 억지」에서 「지역분쟁 적극 대응」으로 바뀌긴 했지만 미국의 세계지배 전략이라는 배경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동안 미일안보체제는 「일본 유사(有事)시 미군과 자위대의 협력·공동작전」을 규정한 미일안보조약 제5조와 「극동 유사시 주일 미군기지의 사용」을 규정한 제6조가 지탱해 왔다. 그러나 냉전의 성격상 「일본 유사」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던 「극동 유사」에 대해서는 구체적 대응책이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극동 유사」와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주변 유사」로까지 미일 방위협력을 확대, 비로소 그 공백이 메워졌다.
이같은 미일안보체제의 강화가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복합적이다. 우선 한미방위조약과 미일안보조약에 바탕한 「3각 안보체제」의 공고화로 한국이 든든한 후방지원 세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주변사태법안의 내용으로 보아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는 전면적으로 미군의 후방 지원에 나서 전투는 한미 연합전력이, 군수·보급은 일본 자위대가 맡는 역할분담이 이뤄진다. 그만큼 한미 연합전력의 억지력은 커지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전은 전·후방의 구분이 어려운 데다 전쟁의 승패는 군수·보급이 좌우한다. 따라서 일본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은 그 자체가 전쟁행위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전력의 젖줄인 병참선에 대한 적의 공격은 당연하다. 「최소한의 필요」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인명과 장비·물자를 지키기 위한 무기 사용 권한을 인정하고 있어 언제든 자위대가 전투행위에 말려 들 우려를 낳는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금기가 풀리고 있다는 해석도 이 때문이다.
또 미군 후방지원 자체만으로도 자위대의 활동 영역은 크게 넓어졌다. 무성한 「북한 위협론」을 배경으로 정찰위성·공중급유기 도입 논의 등 군사력 증강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가이드라인 관련법안과 흐름을 같이 한다.
이런 일본의 움직임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 극동지역의 새로운 군비증강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이 지역의 안보위협 요인이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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