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미술품을 소장한 정치인·관료·재벌총수·대학교수·연예인 등의 명단을 작성, 수십억원대의 절도행각을 벌인 「미술품 전문털이범」이 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이 절도범으로부터 압수한 범행 리스트에는 문화재를 보관 중인 대학 박물관과 부유층 집이 다수 포함돼 있어 수사가 진행될수록 피해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서울 서대문경찰서는 27일 유명인사와 부유층을 상대로 고미술품만 털어온 최모(55·무직·전과 9범)씨 등 2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박모(45)씨를 수배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유명인사 58명의 집 주소와 미술품 소장 리스트가 상세하게 적힌 A4용지 4장과 동양화와 서양화 30점 도자기 7점을 압수,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을 상대로 절도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이 지금까지 확인한 피해 인사는 4명. 이들은 이달 24일 오전2시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예비역 장성 출신 김모(76·전K대 부총장)씨 빌라에 들어가, 거실에 있던 이응로 화백의 산수화 1점(시가 2,000만원), 조선백자 2점을 훔쳤다. 이들은 또 지난달 서울 성북구 성북동 E여대 이모 교수 등 교수 2명 집에 침입, 허백련화백의 그림 등 수억원대 한국화 5점과 도자기 1점을 털었다. 지난달 하순에는 서울시가 조성한 남산 한옥마을에도 침입, 한국화 20점과 8쪽 병풍 1점, 책상과 촛대 등을 훔쳐 달아났다.
이들이 작성한 범행 대상명단에는 김종필국무총리, 김봉호국회부의장, 이기택전한나라당총재대행, 여야 중진 K L J씨등 정치인을 비롯해 전 상공부장관 K씨, 헌법재판소 전재판관 K씨, 모그룹 전회장 C씨, 바둑기사 C씨, 아나운서 L씨, 가수 K씨 등의 집주소와 소장 미술품 내용이 상세하게 적혀있었다.
조사결과 청송감호소에서 서로 알게 돼 97년 출소한 이들은 감호소 안에서 동료 수감자들에게서 전해들은 정보와 미술관련 잡지와 전문서적 등을 통해 고가 미술품 수집가의 명단과 작품 보관 박물관 리스트를 작성, 「소장확률 100%, 80%, 중요품목」 등으로 표시까지 해 범행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