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충무공 이순신장군 탄신 454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공은 오히려 우리 후손들에 의해 이만저만한 수난을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실(幽室)의 봉분 한가운데에는 저주스럽게도 식칼과 쇠말뚝이 수없이 꽂혔다.오늘의 민족적 삶속에서 충무공은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추악한 개인에 의해 한풀이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 그분의 사심없는 애국애족 정신은 잊혀져가고 있다. 충무공이 위대한 것은 그 분에게 주어진 역사의 총량(integral whole)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충무공을 살려야만 우리의 역사 또한 살아날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아직도 미결로 남아 있는 우리 역사광복(통일)의 마지막 과제이다.
충무공을 살려낼 수 있는 길은 한 마디로 후손들 가슴속에 그분의 정신을 되살려 7,000만이 모두 함께 충무공으로 현실속에 재탄생하는 것이다. 바로 그 길을 위해 우리는 먼저 충무공을 참되게 알아야 한다. 그분의 위대함을 바르게 알 때 그분의 정신은 그대로 7,000만 후손들의 현실속에 새생명 새활력으로 솟아오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저 「참되게 아는 것이 어렵지, 알기만 하면 그 실행은 쉽다」는 행이지난(行易知難)의 가르침이다.
그렇다면 충무공의 참된 위대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바로 도덕적인 인간승리에 있다. 7년 전란을 승리로 이끈 업적 물론 역사적으로 위대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위대한 것은 공의 효·충정신이다. 먼저 자기자신을 이길 수 있었던 도덕적 승리, 바로 그것은 효·충정신에 토대를 두고 있다.
온갖 모함과 수난속에서도 백의종군할 수 있었던 정신적 승리에서 분명 명량대첩같은 물리적 승리보다 더 큰 민족의 활력이 솟아올랐고, 전장에서 목숨을 바치는 충성심의 바탕에는 부모에 대한 절절한 효성이 근본적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충무공의 승리는 민족사의 7년을 이어줬지만, 정신적 도덕적 인간적 승리는 민족사 5,000년을 함께 이어주고 있다. 공을 7년전란의 승자로만 떠올릴 것이 아니다. 분명 민족사 5,000년의 승자로 재탄생시켜야만 한다. 새 천년 새 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 신지식이 절실히 요청된다.
이때 신지식의 올바른 길은 신지식을 바르게 아는 지신, 즉 온고지신(溫故知新) 그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충무공을 「온고」로 하여, 7,000만 겨레의 「지신」을 밝혀야 하며, 다시 7,000만 한민족의 도덕적인 「온고」를 바탕으로 새 세기앞에 50억 인류의 「지신」을 세계사적으로 열어주어야만 한다.
최창규·성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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