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군 합동수사부의 병역면제비리 수사결과는 우리사회 일부 부유층의 특권의식과 부도덕성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사회적인 의무는 다 하지 않으면서 각종 특혜를 누리는 부유층의 잘못된 행태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합수부 관계자는 27일 『일부 부유층 사이에선 군에 가는 사람이 바보로 인식될 정도로 병역비리가 만연해 죄의식조차 없이 이러한 비리를 저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병역면제는 「신의 아들」, 현역은 「어둠의 자식들」이라는 냉소적 비유는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자식의 병역면제 대가로 금품을 제공한 사람은 대부분 사업가 대기업간부 의사 교수 변호사 등 부유층이고, 이들중 62%가 서울 강남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머니가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돈을 건넨 경우가 전체의 21%에 달했다.
이들은 자식의 신체검사 통지서가 나오면 신체검사 과정을 잘 아는 병무청 직원이나 군무원 등을 통해 군의관에게 금품을 건네고 면제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심한 경우 중간 브로커를 6단계나 거쳐 청탁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이 브로커에게 건넨 돈은 최고 500만~8,000만원으로 이중 60~80%는 브로커의 몫이었다. 일부는 브로커를 거치지 않고 직접 군의관에게 200만~500만원씩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의 면제사유는 허리디스크(49건)와 근시(32건) 등 안과계통 질병이 주종이다. 또 병역면제 당사자는 해외 유학생과 대학생이 55명과 70명으로 대부분이었고 운동선수·연예인이 4명이었다.
이번 수사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 형사처벌이 가능한 95년 이후의 서울지역 병역면제비리에 국한해 이뤄졌다. 따라서 94년 이전의 병역비리와 서울이외 지역까지 감안하면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 신체결함으로 인한 병역면제 판정비율이 97년 이전까지만 해도 6.8%를 넘었으나 병역비리 수사이후인 올해 3월에는 2.71%로 급격히 낮아졌다. 이는 과거 병역면제 판정에 문제가 많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번 수사에서도 정치인 고위공직자 재벌총수 등 특수층의 연루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 합수부는 모재벌총수 외손자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 90년에 병역면제를 받은 사실은 확인했으나 공소시효가 지나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초점이 금품수수 여부에 맞춰져 있어 돈을 주지 않고도 병역면제를 받을 수 있는 진짜 실력자들은 모두 빠져나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상철기자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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