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4월은 결코 잔인하지 않았다. 4월의 초반만해도 김대통령은 상당한 압박과 고통을 느꼈다. 한나라당 서상목(徐相穆)의원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는가 하면, 재벌 구조개혁은 지지부진했으며 노동계의 춘투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서의원 체포동의안의 부결 때에는 일각에서 힘의 누수를 우려하기까지 했다.그러나 4월의 말미는 극적 반전(反轉)의 드라마를 방불케했다. 청와대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이 27일 브리핑을 『오늘은 기쁜 아침』이라는 말로 열 정도로 상황이 호전된 것이다. 지하철 파업은 종식됐고 재벌 구조조정은 속도를 높이고 있다. 부차적이지만 대한항공 조중훈(趙重勳)전회장이 김대통령의 질책 이후 사고다발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고난도 난제들이 김대통령의 의중대로 해결되거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 반전의 본질은 리더십의 확립, 파워의 회복이었다. 청와대의 분위기가 일신한 저변에는 현안들이 해결됐다는 정책적 측면 보다는 권력의 동요를 다잡았다는 정치적 측면이 깔려 있다. 청와대의 한 고위인사는 『서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 때만해도 앞으로 아무 일도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다』면서 『이제 한시름 놓았다』고 고백했다.
27일 국무회의, 정·재계 간담회에서도 권력의 권위회복은 쉽게 눈에 띌 정도였다. 자신감을 회복한 장관들, 김대통령의 지속적인 개혁을 진지하게 듣는 재벌 오너들의 모습은 김대통령의 「강한 정부론」이 일단 성과를 거두었음을 웅변해주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김대통령은 노동계의 파업, 야당의 도전, 재벌들의 버티기 등으로 가장 어려운 국면인 4월을 잡아 승부수를 던졌다고 평할 수 있다. 실제 김대통령은 4월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취해온 온정주의, 민주적 절차 우선론이 유약한 정권의 이미지로 투영됐다고 판단, 원칙을 보다 분명히 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 목표가 불분명하고 의지가 불확실해지면 지지세력은 불안해지고 도전세력의 기세는 커진다는 상식을 역설적으로 뒤바꾼 것이다.
그러나 「강한 정부론」에도 함정은 있다. 무엇보다 국민여론의 지지, 여권내부의 결속, 도덕성의 지속적 확보 등이 전제돼야만 강한 정부는 가능하다. 여전히 내각제라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고 야당의 반격이 예상되고 있어 DJ의 리더십은 지금부터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이영성기자
leeys@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