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무원 기업가 의사 변호사 교수 은행임원 등 사회 지도층·부유층 인사들이 「뒷돈」을 주고 자식의 국방의무를 해결한 사실이 드러나 성실하게 병역의무를 마친 대다수 국민들에게 허탈감과 함께 분노를 안겨주고 있다. 이들은 자식은 물론 사위의 병역면제까지 부탁한 것으로 밝혀져 「빗나간 자식사랑」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합동수사부에 따르면 구속된 숙박업자 최덕광(59)씨는 병무청 직원에게 무려 8,000여만원을 주고 아들의 병역면제를 부탁, 5급판정을 받아냈다. 최씨는 치과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의사고시에 낙방, 현역사병으로 입대할 처지에 놓이자 「거금」을 뿌렸다. S프로덕션 대표 송진화(여)씨는 병무청 직원에게 6,600만원을 주고 쌍둥이 형제에 대한 병역면제를 부탁, 모두 「고도근시」를 이유로 5급판정을 받아냈다. 건물임대업자인 전용배(48)씨도 군의관에게 1,500만원을 주고 큰 아들은 병역면제, 둘째 아들은 공익요원 판정이라는 「수확」을 거뒀다.
장인·장모가 사위의 병역면제를 해결해준 경우도 이번에 적발됐다. 마산의 병원장인 구정열(56·불구속)씨는 수도병원 군의관에게 1,000만원을 주고 사위 김모씨에 대한 병역면제를 부탁, 시력장애로 5급판정을 받아냈다. 농장 경영주 부인인 장재순(50·불구속)씨도 이번 사건의 핵심브로커인 병무청 직원 정윤근씨에게 3,000만원을 주고 허리디스크를 이유로 사위를 병역의무에서 빼냈다. 전대유공영 대표 유일수(51)씨는 도급업체인 S교역 사장의 부인 정모씨로부터 『공사를 하도급줄테니 아들의 병역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병무청 직원에게 자신의 돈 3,000만원을 갖다바쳐 병역면제를 성사시켰다. 유씨는 이후 「상납」대가로 78억원짜리 공사를 따냈다.
또 동조무역 대표 오동희(56)씨는 아들의 병역면제를 위해 시력장애 허리디스크 평발 등 무려 3가지 사유로 각각 4급 판정을 받은 뒤 결국 5급판정을 받아냈다. 세무사 조인택(60)씨는 병무청 직원에게 미리 5,000만원의 뇌물을 건넨 뒤 유학중인 아들을 귀국시켜 두개골 골절로 5급판정을 받아 출국시키는 수법을 구사했다.
브로커들이 청탁 부모들로부터 돈만 챙기고 달아난 「배달사고」도 있었다. 성남시의회 의원인 김종윤(56)씨는 고교동창에게 4,000만원을 주고 아들의 병역면제를 부탁했으나 알선자들이 돈을 군의관에게 전달하지 않고 도주하는 바람에 4급판정을 받아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된 부모 49명중 절반 이상이 700만~4,000만원씩 주고 변호사를 선임한 뒤 구속적부심과 보석을 통해 석방돼 서민들과의 계층간 위화감을 더욱 조성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