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를 담당하는 부서는 없는데요』「CIH바이러스」가 공공기관과 산업계를 강타한 26일 오전, 정보통신부 공무원들은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인들의 질문이 귀찮은 듯 이렇게 답변했다.
정보화의 대표적 역기능인 컴퓨터바이러스가 기업활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며 사회질서를 허물 정도로 맹위를 떨친 이날, 주무부처인 정통부는 철저히 제3자의 입장이었다. 정통부의 「바이러스 불감증」은 이날 오후들어 더욱 두드러졌다. 『민간에서 일어나는 바이러스 피해규모를 정부가 어떻게 압니까』 피해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오후에도 정통부 공무원들은 여전히 팔짱만 끼고 있었다. 거꾸로 대(對)바이러스 전투의 작전본부격인 정통부는 자신이 습격을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로 하루종일 허둥대는 모습이었다. 『PC하드가 완전히 깨져 장관 보고자료가 모두 사라졌어요』
정통부내에서만 무려 20여대의 PC가 먹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26일 이전에 발벗고 나섰어야 할 정통부조차 이 정도이니 다른 공공기관과 기업 및 개인들은 어떻겠습니까』 바이러스백신 개발자들은 먹통이 돼버린 PC를 놓고 허둥대는 공무원들을 보고 한 숨을 내쉬었다. 『바로 전날 날짜만 바꿔 놓았어도 막을 수 있었어요. 정부의 안일한 자세가 부른 명백한 대형 인재(人災)입니다』
정통부는 27일에야 「전담팀을 만들겠다」는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CIH바이러스의 침공은 예고되어 있었다. 컴퓨터전문가들과 각 언론이 2~3일 전에 이 바이러스의 침공날짜와 파괴력을 소개했다. 정통부가 조금만 신경을 썼어도 이번과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광일경제부기자 goldp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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