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기행은 시보다 즐겁다. 그들의 행적을 알게 되면 시인이 어떻게 살며 고민했고 왜 한 편의 시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가 더듬어볼 수 있다. 올해 회갑이 된 시인 최하림씨가 한용운 이상 김소월 등 근대문인들로부터 양주동 서정주 김수영을 거쳐 천상병 박재삼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사의 대표적 시인들에 얽힌 일화를 모은 「시인을 찾아서」(프레스21 발행)를 냈다.최씨는 60년대초 김현 김승옥 김치수 등과 함께 우리 문학의 새 장을 열었던 「산문시대」 동인시절 이후 40여년 문단생활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전해들은 이야기들을 에피소드 위주로 생생하게 전해준다.
97년 사망한 박재삼 시인을 그는 작고하기 1년 전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만났다. 박시인은 이미 술 때문에 뇌졸중으로 세 번이나 쓰러진 후였다. 최씨가 건강을 물으니 『괜찮아』라는 한 마디였다. 『술은요』 『하루 한 병쯤 마시지』 건강을 생각해 조금만 드시라는 최씨의 말에 박시인은 한 마디로 대답했다. 『건강만이 제일인가, 술도 좋은 것이지』 제대로 된 문단사에 대한 갈구가 어느 때보다 큰 이즈음 「시를 위한 에피소드」인 이 책은 소중해 보인다.
한편 함께 발간된 「밝은 그늘」은 최씨의 동료·후배문인들이 그의 회갑을 기념해 묶은 문집. 다른 문인들의 이야기를 「시인을 찾아서」에서 소중하게 모은 최씨는 막상 자신의 회갑을 맞아서는 굳이 문집 발간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하 곽광수 김치수 김종해 심상대 장석남씨 등 그의 문우와 후배들은 저마다의 신작을 모아 최씨가 드리운 밝은 그늘을 기렸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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