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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한국미술의 자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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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한국미술의 자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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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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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조선 백자를 유심히 들여다 보는 사람에게 『무엇을 느꼈나요』라고 물어보면? 『심심한 멋이 있네요』 『소박하면서 정갈한데요』 『단순하면서 애잔하군요』『조선인들은 반도에서 태어나 외침에 시달려 동요와 불안과 비애가 그들의 세계다』 야나기 무네요시. 일본의 미술사가며 공예 연구가인 그는 공예품, 특히 조선 도자기에 특별한 애정을 가졌던 사람이다. 「애잔하게 그려지는 어떤 것」. 많은 한국 사람들이 지금도 한국적인 미를 이렇게 여기는 이유는 상당 부분 야나기에게 책임이 있는지도 모른다.

야나기말고도 한국적인 미의 특질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사랑했던 이방인들은 적지 않다. 조선 도자기의 소박한 자연미를 아꼈던 도예가 도미모토 겐키치,「조선미술사」를 쓴 독일인 안드레아스 에카르트. 그들이 말하는 한국미의 정체는 비애, 무작위, 무기교, 자연, 적조의 미다.

우리 미술은 정말 이런 걸까? 고대의 문화재나 공예품, 현대미술의 단편적인 모습이 아니라 우리만이 가진 미술의 참 모습, 아름다움은 어떤 것일까? 「한국미술의 자생성」은 한국미술 연구가들이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집단으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드문 작업의 성과물이다. 한길사가 한국미술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파헤치기 위해 시작한 「한길아트 뮤지엄」시리즈의 첫 권.

연구 작업에 참가한 사람들만 22명이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미술평론가 윤범모씨를 위원장으로 「한국미술의 자생성 기획위원회」가 구성되었고 고대미술 분야에서 최몽룡, 전호태씨 등이 조각·회화에서 강관식, 정우택씨 등이 건축·공예에서 주강현, 윤용이씨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또 근대미술에서 윤범모씨를 비롯해 정형민, 최열씨 등이 미의식과 정체성에서는 서성록, 이용우, 최태만씨 등이 글을 썼다.

필자들은 선사시대의 암각화에서 최근 포스트모더니즘과 과학기술문명으로 인한 예술의 테크놀로지화 등 한국미술사 전반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근대 이전의 미술에서는 시대별 미술작품들의 특질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최몽룡씨가 중국에서 전래해 온 용(龍)의 문양이 한국미술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정유택, 김정희씨는 고려와 조선의 불화의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우리미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은 근대미술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한 글들에서 두드러진다. 윤범모, 최태만씨는 미술사적인 업적과 더불어 민족의식과 시대 비판정신을 우리 미술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그래서 법고창신(法古創新)과 비판정신을 한국미술의 미래를 찾아갈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론. 윤씨는 『우리 미술을 우리 미술답게 만들어주고, 그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원스런 해답은 없지만 「과연 우리 미술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앞으로 그런 해답을 찾을 빗장을 풀어놓은 귀중한 작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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