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지난주 창설 50돌 정상회의에서 나토 권역밖 분쟁개입을 핵심으로 한 이른바 「신전략」을 채택했다. 이 신전략은 우선 코소보 사태 개입을 정당화하는 방편이지만, 앞으로도 나토가 역외분쟁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나름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이 신전략이 상정하는 나토의 활동영역이 유럽·대서양지역에 머물지, 또 무력개입에서 유엔의 승인을 전제로 할 것인지 등을 놓고 회원국간에는 아직 이견이 많다. 그러나 어쨌든 이 신전략 개념은 나토를 주도하는 미국의 21세기 세계 전략구상의 단면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한반도 주변질서 변화에 대응하는 미국의 전략을 가늠하는데도 하나의 시사가 되고 있다.
나토 신전략은 역외분쟁 개입과 함께 대량살상무기 위협·민족갈등· 테러리즘 등에 대한 무력대응도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걸프전 직후인 91년 로마 정상회의에서 선언한 공동대응 의지를 구체화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냉전종식으로 인한 가상적의 소멸이 오히려 자신의 존립을 위협하게 된 역사적 아이러니에 직면했던 나토의 「존재이유」 정립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으로 나토 신전략의 생명력이 보장된 것은 결코 아니다. 걸프전때 미국 부시행정부가 내세웠던 「신 국제질서」구호처럼, 나토의 신전략 논리도 국제질서의 격변속에 명멸하는 화려한 수사의 하나로 그칠 수 있다.
미국은 신전략 채택의 발판이 된 코소보 사태 개입과정에서 국제법 원칙과는 달리 인권이 국가주권보다 우선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또 무력사용을 위해 유엔의 권능을 무시했으며, 유럽안보의 한 축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의 이해를 외면했다.
바로 이런 한계때문에 나토 신전략 개념이 21세기 국제질서를 규율하는 보편타당한 원칙이 될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
대세영합적 언론과 학자들은 미국의 논리를 신개입주의·신국제주의 등으로 부르며 「국제법이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나토안에서도 신전략의 바탕에 미국의 패권주의 내지 이기적 고려가 작용한 것으로 의심하는 나라가 적지 않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윌슨독트린 등에서 민족자결과 인권 등 숭고한 이상주의를 내세우면서 동시에 적나라한 힘의 논리로 국제질서의 조종자 지위를 추구한 것을 유럽은 익히 알고 있다. 「인권을 새긴 동전의 뒷면은 이권」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미 미국은 나토의 역외개입 확대를 외치면서 미국만이 팔 수 있는 장거리 수송기등 획기적인 군비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국제질서 변화를 객관적으로 보고, 우리의 이해득실을 냉철하게 헤아리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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