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천성대로 살아라!" - 게오르그 뷔히너의 희곡에서이제 40대 후반의 나이에 이르러서야 지난 시간이 뒤돌아 보인다. 참으로 역겹고 지리멸렬한 세상을 필사적으로 달려온 느낌이고, 무수한 편견과 시행착오와 오욕으로 얼룩진 세월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내 나름대로 최소한의 삶의 기준은 지켜왔다는 안도감이다.
『천성대로 살아라!』
이 말은 내가 어려운 선택의 고비에 이를 때마다 어디선가 들려오곤 했던 명령이었다.
『왜 인간이 존재하느냐고? 인생은 사랑스럽고 멋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마시오. 그러나 세상은 또한 일장춘몽이라는 사실 또한 기억하시오. 돈도 역시 썩어 없어지는 법이라니까요. 친애하는 관객 여러분, 우리 십자가에다 오줌이나 갈깁시다』
이 말은 뷔히너의 희곡 「보이체크」에 실려있는 대사의 한 부분이다. 24세에 요절한 독일어권 천재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George Buchner·1813~1837)의 많지 않은 희곡 산문 서간문 등에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 등장하는 용어는 자연(Nature)이다. 인생이 어떤 목적을 위해 살 때 인간들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세계밖에 창출하지 못한다. 뷔히너는 타락한 자본주의자들의 추악한 기득권 논리에 저항한 민중의 작가였지만, 또한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고정화한 이데올로기로 가두는 이념적 이상주의를 경계했다. 그가 삶의 에너지로 내세운 「Nature」_이 말은 단순한 「자연」으로 해석할 성격은 아니고, 그렇다고 「본능」이란 감정의 영역으로 해석해도 미진한 구석이 남는다. 그래서 내가 실험적으로 해석한 말은 「천성」이다.
네 천성대로 살아라_나는 감수성이 예민했던 20대, 뷔히너의 책읽기를 끝내면서 이 한 마디의 경구를 얻은 것이다. 이윤택 /시인·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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