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파업에 이어 노동계 총파업 예고로 온나라가 비상이 걸린 26일 아침 7시30분 삼청동 총리공관. 김종필(金鍾泌)총리 주재로 긴급 노동관계장관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회의 참석대상중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과 진념(陳稔)기획예산위원장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총리의 표정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서둘러 두 장관의 명패가 치워졌다.김총리가 회의소집을 지시한 것은 이틀 전인 24일 밤. 국무조정실은 휴일인 25일 참석자들에게 팩스를 통해 연락을 취했으나 재경부와 기획예산위에는 팩스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은 보고 안건이 있는 부처에는 전화 연락도 했으나 보고가 없는 재경부와 기획예산위에는 확인을 하지 않았다. 그러니 재경부 등이 『연락도 못받았는데 웬 날벼락이냐』는 반응을 보일만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장관은 우리 경제전반을 책임지는 장관이다. 노동계 파업사태는 곧 우리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사안이다. 이때문에 이장관은 23일 정부의 서울지하철 파업관련 특별담화 발표시 4부장관을 대표해 직접 담화를 읽었다. 더구나 이날 관계장관회의 개최사실과 참석대상자들은 이미 25일 저녁부터 시간마다 보도됐다. 결국 비상시국에 연락 주무부처는 연락을 제대로 취하지 않았고, 주요장관은 관련 언론보도도 챙기지 않은 채 신경을 딴 곳에 쓰고 있었다는 얘기밖에 안된다.
다행히 이날 밤 서울지하철노조가 파업을 철회, 한 고비를 넘긴 분위기이지만 노동대란에 대처하는 정부 시스템 어딘가에 나사가 풀려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점검해 볼 일이다.
/홍윤오 정치부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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