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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철회 해설] 명분 실리에서 설득력 못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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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철회 해설] 명분 실리에서 설득력 못얻어

입력
1999.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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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파업사상 최장인 8일동안 지속된 서울 지하철 공사 노조의 전면 파업은 애초 명분과 실리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노조측이 이미 파업전 협상과정에서 상당한 실익을 챙긴데다, 노조 최후의 무기인 파업을 통해 마땅히 더 얻어낼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특히 노조측은 파업 예고시한인 19일 새벽4시를 불과 2시간 정도 앞두고 서울시측과의 막후 협상을 통해 타협안 마련에 근접했으나, 공공연맹과 민노총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파업은 이처럼 현 정부 최대과제인 구조조정을 둘러싼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어 사측은 물론 노조도 행동반경이 좁을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노조측은 단일 노조의 개념으로 보면 파업돌입 이전에 사측으로부터 얻어 낼 것은 거의 다 얻은 상태였다. 우선 「체력단련비는 정부지침에 따라 지급할 수 없다」는 서울시의 고집을 꺾고 17일 기관성과급 명목으로 기본급의 100%를 받아냈다.

또 서울시로부터 공사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조측의 이른바 「지하철 개혁안」을 놓고 협의할 수 있으며, 1기(1∼4호선)와 2기(5∼8호선) 지하철 통합문제도 노조측의 안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측이 「시의 구조조정안을 백지화하라」는 명분으로 파업을 강행한 것은 민노총의 5월 투쟁노선에 따른 「대의」와 「연대」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의 대응과 시민의 여론은 파업이 지속될수록 노조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서울시는 시민의 93%가 지하철 파업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결과를 내세우며 「원칙없는 타협은 있을 수 없다」고 노조측에 「백기투항」을 요구했다. 결국 노조는 이날 새벽 한통노조의 파업유보와 사측의 정상운행 선언 등으로 사태가 불리해지자 「구조조정안 백지화 요구 철회」라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으나, 대세는 이미 기운 뒤였다.

하지만 노조의 이번 투쟁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한 결집력을 과시함으로써 주위를 놀라게 했다.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복귀시한인 26일 새벽4시를 넘긴 낮12시까지도 복귀율을 55.1%(5,376명)로 묶는등 막판까지 서울시를 당혹케 했다. 장기간 농성과 한국통신파업 유보로 투쟁력을 급격히 상실하면서 무너졌지만 8일간의 「투쟁」자체가 노조로서는 한계이자 「최선」이었던 셈이다.

임성규(林成圭) 사무국장 등 노조 집행부는 이날 파업을 철회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도 원없이 싸워 후회는 없다』 『지도부의 지시에 따라 행동한 선량한 노조원은 최대한 보호하겠다』 『조건없이 투항하겠다』는 등 패장의 자존심을 잃지 않으려 애섰다. /이종수기자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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