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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철회 숨가쁜 순간들]한통 파업유보로 동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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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철회 숨가쁜 순간들]한통 파업유보로 동요

입력
1999.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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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째 이어진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투쟁 대오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26일 새벽. 이날로 예정됐던 한국통신 노조의 파업이 유보됐다는 소식이 새벽녁께 명동성당과 서울대의 농성현장에 전해지면서부터.이미 장기농성으로 지칠대로 지쳐있던 노조원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럴 바엔 아예 처음부터 파업한다고 말하지나 말지. 김이나 빼놓고…』라는 불만들이 잇따랐다.

명동성당 파업지도부는 곳이어 긴급회의를 잇따라 여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했다. 노조원들은 지도부 지침에 따라 겉으로는 평온함을 잃지 않았지만 농성장 곳곳에 모여앉아 수군거리는 등 점차 동요의 기색이 짙어갔다.

이미 24일과 25일 두차례 경찰의 해산작전으로 서울대에서 농성중이던 노조원 4,000여명중, 2,500여명이 대열을 이탈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이날 새벽4시로 서울시가 정한 직권면직시한을 넘기면서 노조원 복귀율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데다 파업자금마저 바닥이 드러나 노조원 700여명이 모여있는 명동성당으로 들어오는 도시락도 매끼 300여개에 불과, 사기는 떨어질대로 떨어졌다.

다급해진 파업지도부는 공공연맹 간부들과 머리를 맞대고 마지막 돌파구로 서울시에 새로운 협상제안을 내놓았으나 이미 대세가 기운 상태였다.

석치순(石致淳)위원장은 이날 하오 3시 초조한 모습으로 기자회견을 통해 『서울시와 협상테이블이 마련되면 구조조정 백지화 주장을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서울시의 반응은 냉담했다. 서울시의 대답을 듣기까지 2시간여동안은 파업지도부에게 피를 말리는 초조한 순간이었다.

오후6시께 마침내 나온 서울시의 대답은 한마디로 「노(NO)」. 『조합원 징계방침 등을 철회하는 조건부협상에는 결코 응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농성장 곳곳에서 한숨이 터져나왔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장기농성에도 불구하고 「굳건함」을 잃지 않으려 애썼던 노조원들은 더이상 버틸 아무런 힘도 잃었다.

『더이상 늦추다가는 노조 자체가 깨질 수 있다』 2시간여 동안 숙의 끝에 마침내 파업지도부가 결정을 내렸다. 오후8시50분께 마침내 노조원들 앞에 선 석위원장의 떨리는 한마디. 『26일 오후8시를 기해 현장에 복귀지시를 내렸습니다』 4월말 온나라를 뒤흔들었던 지하철 파업투쟁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이상연기자 kubr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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