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골퍼들에게도 「잔인한 계절」이다. 도무지 제 스코어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잔디가 채 자라지 않은데다 잔디의 생장을 위해 모래를 뿌려놓아 샷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겨울동안 연습을 게을리했다면 짜증은 더한다.골퍼라면 누구나 보다 나은 기록을 추구한다. 그러나 스코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 골프 자체의 묘미마저 빼앗아가 버린다.
골퍼는 필드에 나갈 때마다 신기록을 기대하지만 이 기대가 실현될 확률은 극히 낮다. 기록경신은 고사하고 평소 기록을 유지하는 것조차 힘들다.
베스트 스코어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각자가 베스트 스코어를 냈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공통적인 조건을 알 수 있다. 베스트 스코어는 얼떨결에, 무심결에 만들어진다. 잘 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하고 나니 저절로 신기록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기록을 깨겠다고 다짐하고 나가서 베스트 스코어를 낸 경우는 거의 없다. 신기록의 욕심은 어김없이 형편없는 스코어를 안겨준다.
미국의 전설적인 프로골퍼 진 사라젠은 스코어에 집착하는 사람을 이렇게 꼬집었다. 『많은 골프 초심자들은 골프스윙의 기본을 이해하기도 전에 먼저 스코어부터 생각한다. 이는 걸음마를 배우기도 전에 뛰려는 것과 같이 어리석은 것이다』라고.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스코어를 초월해 골프를 즐긴 사람으로 유명하다. 나이 40이 넘어 골프채를 잡은 그는 아예 스코어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이렇게 아름답고 쾌적한 곳에 와서 나 자신을 잊어버릴 정도로 기막힌 게임을 하고 있는데 왜 불쾌한 숫자를 떠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스코어카드는 골프의 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자가 사막을 달리지만 그것은 발자취를 남기려는 것이 아니다. 먹이를 찾거나 짝을 얻기 위함이다. 사자는 발자취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러나 신기록의 꿈을 버린 골퍼는 더 이상 골퍼가 아니다. 집착만 하지 않는다면 신기록의 꿈은 보다 나은 골프세계로 나가기 위한 훌륭한 채찍질이 될 것이다. 스코어가 나쁘더라도 신기록의 꿈을 버리지 않고 연습에 열중한다면 잔디가 솟아오른 5월에는 반드시 그 보답을 얻을 것이다.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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