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문학 재인식' 주제 3권낸 조동일 교수 -『서구·경제·과학기술이 일방적 우위를 가진 일그러진 근대의 극복을 위한 인문학적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 내 일입니다』
조동일(60) 서울대 국문과 교수가 자신의 한국적 세계문학사 이론 정립 작업의 중간단계를 마무리했다. 그는 「중세문학의 재인식」이란 주제로 「하나이면서 여럿인 동아시아문학」 「공동문어문학과 민족어문학」「문명권의 동질성과 이질성」(지식산업사 발행) 세 권의 묵직한 저서를 한꺼번에 내고 22일 저녁 출판문화회관에서 이색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저자에 대한 덕담을 주고 받으며 먹고 마시는 통상적 출판기념회와 달리 이날 행사는 한국·외국문학 전공교수, 대학원생 등이 조교수의 연구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조교수가 그에 답하는 열띤 토론회 형식으로 2시간여동안 진행됐다.
『탈춤 연구에서 시작해 한국문학사, 세계문학사까지 정신없을 정도로 확대되는 조교수의 관심은 마치 학문을 재벌처럼 문어발식 확장하는 것 아니냐』『한국적 거대이론 구축이라는 당신의 연구방향에는 동의하지만 연구내용에서 발견되는 사실의 오류가 많다』는 등 따끔한 질책과 비판이 이어졌고, 조교수는 이에 대해 익살과 재담을 섞어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펼쳐놓았다.
『근대의 열등생이 다음 세대를 주도할 것입니다. 중세 서구의 열등생이었던 영국, 동아시아의 열등생이었던 일본이 근대를 지배했지만 탈근대의 시대에는 근대의 주변부가 세계의 정신을 주도할 것입니다. 한국은 제3세계에서 그런 역량을 가진 거의 유일한 나라입니다』
조교수의 이번 세권의 저서는 중세문학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같은 주장을 실증해 보이려 한다. 그에 따르면 중세는 「실제로 대등한 세계」였다. 산스크리트어 한문 아랍어 라틴어 팔리어 그리스어 6개 문명권이 각각 공동문어(共同文語)를 가지고 보편성의 세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유럽이 중세를 「암흑의 시대」라고 매도하고 근대를 주도하면서 이같은 문명의 대등한 독자성이 가리워져버렸고, 이제 그 근대는 청산·극복돼야 한다는 것이 조교수의 주장이다. 『근대 이후는 중세의 재발견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주장을 영·불·독어와 국·한문·일본어로 된 방대한 자료를 입수분석, 특유의 감칠맛나는 문장으로 펼치고 있다.
이전에 나온 「세계문학사의 허실」 「인문학문의 사명」 「카타르시스 라사 신명풀이」에 이어 이번에 나온 세권, 그리고 2003년까지 네권을 추가해 모두 10권으로 세계문학사를 재해석, 월러스틴 식으로 말하면 문학으로 월드시스템(world system) 이론을 세운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물론 그는 월러스틴 자체가 갖고 있는 서구중심적 시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게 그간 40여권의 저서를 쏟아낸 조교수의 작업에 대해 학계 일각에서는 「돈키호테」적으로 보는 사시적 시각도 없지 않다.
그는 이에 대해 『학문은 유식의 소관이지 무식의 소관이 아니다』며 『우리 학계는 스스로는 연구하지 않으면서 운동경기의 관중, 바둑의 구경꾼처럼 실제 뛰는 선수와 기사를 몰아붙이는 구경꾼만이 득세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망국론」과 「인문학의 죽음」에 대한 열변이었다.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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