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짓기 장인 이일운씨 -「노(櫓)를 저어 멸치를 잡는 전통 목선을 아십니까」
1930년대 멸치잡이 목선은 빛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을 뿐 어업 현장에서는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멸치잡이 선주조합인 기선권현망수협이 최근 「우리 어업 뿌리찾기」 차원에서 실제 크기의 5분의 1 모형으로 멸치잡이 배를 복원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목선은 1934년 15살때 「배짓기」 일에 뛰어든 후 평생을 목선 만들기에 바친 이일운(李一雲·79·경남 통영시 동호동 315의18)씨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간의 작업끝에 최근 완성했다.
멸치잡이 선단(船團)은 멸치를 잡는 2척의 망선(網船)과 멸치를 삶는 가공선(加工船), 어군을 탐색하고 조업을 지휘하는 어탐선(魚探船), 삶은 멸치를 육지로 실어 나르는 운반선(運搬船)등 모두 5척으로 구성된다.
이씨는 95년 당한 교통사고 후유증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지만 2명의 보조 목공과 함께 하루도 휴식하지 않고 멸치잡이 선단을 완벽하게 제작해 녹슬지 않은 「장인정신」을 보여주었다.
30가지 이상의 공구를 이용, 수많은 공정을 수작업에 의존하는 목선만들기는 5년이상 견습기간을 거쳐야 할 정도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어릴 적부터 손놀림이 탁월했던 이씨는 일제치하에서 거제 둔덕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일본인이 경영하는 통영의 조선소에 취직해 군함제작에 참여하고 만주에서는 군량미 수송선을 건조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해방과 함께 통영에서 통영조선소를 세운 이씨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무렵 6·25가 터져 한미연합군 직속 중대에 배속돼 배수리 및 건조작업을 맡았다가 전후 다시 충무조선소를 세워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는 71년 평생을 바쳐 일군 충무조선소를 20여년간 자신 밑에서 일한 목공에게 넘기고 2선으로 물러났지만 조선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SOS」를 요청해와 집에서 쉬는 날 보다 조선소에 머무는 날이 훨씬 많았다.
이씨는 『마지막 소망은 충무공의 거북선을 원형과 같이 복원하는 것』이라며 『우리 전통 어선 복원작업이 끝나는대로 거북선 건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영=이동렬기자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C) COPYRIGHT 1998 THE HANKOOKILBO -
KOREALINK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