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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전에 무슨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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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전에 무슨일 있었나

입력
1999.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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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장영식사장이 24일 결국 사표를 제출함으로써 정부의 갑작스런 경질발표와 장사장의 반발로 표면화했던 「한전갈등」이 일단 풀렸다. 그러나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은 여전히 남아 있다.오히려 완강하게 반발하던 장사장이 무슨 맥락에서 사표를 내는 쪽으로 서둘러 마음을 정리했는지 또하나의 궁금증만을 추가했을 뿐이다.

■정부가 내세웠던 장사장 경질사유는 파행인사, 경영실적 부진, 일방적인 평양발전소 건설 발표 등 세 가지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잘못으로 사전경고조치 한번 없이 공기업사장을 전격적으로 갈아치운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사장을 갈아치우는 「빌미」가 될 수는 있을 지언정 진짜 이유가 되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한전이 지난해 1조1,017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기획예산위의 공기업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성적표까지 접하게 되면 정부의 인책사유는 더욱 옹색해진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한전에서 벌어졌던 것일까. 미국에서 오래 경제학교수를 지낸 장사장은 미국식 경영을 강하게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수현상처럼 여기저기로 돈이 빠지는 부조리와 낭비, 인사 등의 관행을 장사장은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고 주변에서는 밝히고 있다. 한전의 이런 변화는 정치권과의 관계에서 특히 여권인사들을 힘들고 답답하게 만들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번 한전파문은 정치자금 문제에서 과거의 관행을 따르지 않았던 장사장의 고집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루머가 시중에 퍼지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장사장은 지난해 5월 공채를 통해 사장에 취임했는데, 「공기업사장 공채」의 의미를 강조하려는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권 실세들과 가깝다는 이유로 과연 「투명한 공채냐」는 논란이 있었다.

그는 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고, 많은 사람들은 그의 등장도 퇴장도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부는 두 가지의 투명성을 훼손당했다. 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에 성공하려면 채용도 해임도 투명하고, 또 국민이 그것을 믿도록 해야 한다.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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