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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과학도의 끼니와 꿈

입력
1999.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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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왕」에디슨은 혹독한 작업감독이었다. 그는 1876년 뉴욕근처 멘로파크에 대규모 실험실과 작업실, 도서관을 지은 후 뛰어난 과학자 20명을 선발했다. 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배가 고파야 먹고, 아주 졸릴 때만 잠을 잤다. 에디슨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맡은 일을 끝낼 때까지 아무도 나갈 생각을 하지 말게, 문을 잠갔으니까』에디슨은 축음기를 개량하느라 72시간을 계속 일한 적도 있다고 한다. 그가 평생 동안 발명과 관련해서 메모한 공책은 3,400권에 이른다. 초인적으로 근면했던 에디슨의 얘기를 꺼내는 것은 파업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우리 사회를 돌아보기 위함인 동시에, 4월이 「과학의 달」이기 때문이다. 에디슨을 배출한 미국은 건국 때부터 과학자들과 동행했다. 「건국의 영웅」중에는 과학자 기술자들이 많았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정치에서도 큰 역할을 했지만 연을 이용한 전기실험으로 더 유명했다. 『신문없는 정부보다는 정부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는 명언을 남긴 토머스 제퍼슨은 건축설계사였고, 토머스 페인은 사상가이자 교량건설가였다. 이들은 「할 수 있다(Can Do)」는 정신으로 독립을 쟁취했고, 손과 땀으로 부강한 미국의 기초를 세웠다.우리 정부도 새로운 희망과 목표를 세우고 「제 2의 건국운동」을 추진 중이고, 그 한 갈래에 「신(新)지식인 운동」이 있다. 신지식인이란 새로운 발상으로 일하는 방식을 혁신한 사람을 가리킨다. 초등학교를 나와 컴퓨터 정밀지도를 만든 우체국 집배원 등 실용적 가치를 창출한 인물들이다. 일부 식자층에게는 신지식인이란 용어가 못마땅한듯 하나, 궁극적으로 용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어떤 말도 그 쓰임에 대해 넓은 개념적 허용범위와 모호성을 함께 지니고 있기때문이다. 프랑스 비평가들은 전통적 형식을 뒤엎는 소설이 탄생했을 때 「신소설」혹은 「반(反)소설」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정작 중용한 것은 「신지식인」과 「전통적 지식인」의 균형이다. 정부는 신지식인을 육성하기위해 사이버 대학과 사이버 연수원 설치 등 교육기반을 서둘러 바꾸고 있다. 좋은 일이지만, 안타까운 것은 전통적 과학도들이 다른 쪽 벼랑에 서 있는 현실이다. 최근 서울대 물리학과는 핵물리와 입자물리를 전공하는 박사과정 대학원생 30여명에게 「연구에 필요한 지원사항」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전자게시판에는 「IMF체제를 맞아 과외 아르바이트 자리는 없고 물가는 폭등해서 결식 대학원생이 늘어나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해 한 학기 동안 하루 한끼 저녁식사 식권을 줬으면 한다」는 눈물겨운 건의문이 올라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학원생 뿐 아니라 일반 과학자들도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 대전 대덕 연구단지에서는 지난 1년 사이에 5,000여명의 연구인력이 보다 나은 환경을 찾아 떠났다.

신지식인적 응용학문도 장려해야 하지만, 더 소중한 것은 기초학문의 육성발전이다. 학문에 대한 관심과 지원에서 본말이 전도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된다. 이공계 학과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IMF 경제난 속에 대학의 인문학과는 더욱 배고픈 학문으로 여겨져 외면당하고 있다. 인간의 근원적 물음에 대한 답을 사유하고 모색하는 철학과 문학, 사학 등의 강의실에 찬바람이 불고, 폐강되는 강좌도 늘었다. IMF 체제속에 대학의 본질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어려워도 사회와 대학은 학문과 지식에 대한 가치를 지켜가야 한다. 아프리카 수단에는 지식에 관한 훌륭한 격언이 있다. 「지식은 바오밥나무다. 아무도 팔을 벌려 그것을 잴 수 없다」 이 겸허하고 소박한 격언만큼 지식에 대한 외경심을 나타낸 말을 본적이 없다. 바오밥나무는 높이 24m, 직경 8m 정도의 큰 키 나무인데, 놀랍게도 5,000년된 노목도 있다고 한다. / 박래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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