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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전이 걱정이다

입력
1999.04.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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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서울지하철 파업 3일째인 22일 낮 당산역 구내에서 일어난 전동차 사고는 모두가 우려했던 사고였다. 파업 첫날 10여건의 작은 사고와 운전장애가 일어나자 시민들은 불안해 하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마음을 졸이며 지하철을 탔는데, 드디어 사고가 나고 말았다. 속도 자동제어장치의 작동으로 시속 10㎞ 정도의 저속에서 일어난 사고여서 피해가 크지 않아 다행이었지, 정상속도에서 일어났으면 큰일날 뻔 했다.사고 기관사는 종점에 도착해 깜빡 졸았다고 말했다. 파업이후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기관사가 나흘째 하루 서너 시간 밖에 잠을 못잤다니 졸면서 운전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철도청 기관사 출신인 그는 서울지하철공사로 옮겨온 뒤로는 차량기지 안에서만 운전을 해오다 이번에 정규 기관사로 투입된 이후 운전시간만 하루 8시간이 넘고, 근무가 끝나도 다음날 근무표 편성 등의 업무로 퇴근을 못했다고 한다.

현재의 비상운행 체제중 가장 큰 문제는 기관사 절대부족이다. 파업전에는 830여명의 기관사가 교대로 근무했지만 23일 현재 310여명 뿐이다. 그것도 이번 사고 기관사같은 경력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운전기술과 숙련도에서 현업기관사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차장요원도 턱없이 부족해 군 요원의 지원을 받는 실정이다.

안전을 담보해 줄 정비와 검수기능에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파업전 1,600명이 넘던 정비·검사 요원이 500명도 채 못되니 철저한 정비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22일부터는 전동차 제작3사의 정비·검사요원 500여명이 배치돼 꼭 필요한 검수업무는 그런대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고예방에 필수적인 정기검사는 생각도 못할 형편이다.

서울시는 철도청과 도시철도공사측의 인력지원을 받고 군과 민간인 대체인력 투입을 늘려 26일부터는 정상운행 체제로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있다. 직무복귀 시한인 26일까지 기관사들의 복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결정이라지만 정상화를 서두르다 사고를 자초할 것이 아니라, 안전이 충분히 확보된 뒤에 순리대로 정상화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우리는 지하철노조 파업지도부에 다시 한번 시민의식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지하철은 지하철공사나 노조의 전유물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건설한 서울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이다. 공공의 재산 운영을 위탁받았을 뿐인 공사 근로자들이 사사로운 이익추구 수단으로 운행을 중단하고 동료들의 현업복귀를 방해하는 것은 국민의 재산권에 대한 도전이며, 도덕적으로도 지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인식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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