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 풍문여고 1며칠 전에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했다. 오랜만에 하는 외식이라 분위기있는 곳으로 갈 줄 알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마포에 있는 고기구이집인 최대포집으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가뜩이나 비좁은데 자리까지 꽉 차 있었다.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해야지 하면서 혼자 좋아하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그냥 들어오라며 끌어당겼다. 부모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가셨고 나는 할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아주머니가 문간에 있는 자리에 합석하라고 말해서 겨우 의자를 당기고 비좁게 앉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직도 95년 달력이 걸려있고 천장은 그을음으로 까맣게 돼 있었다. 먼저 먹고 있던 사람들은 상당히 취기가 돌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그 사람들에게 미안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괜히 짜증이 났다. 그들이 혹 술김에 행패를 부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가족이랑 같이 오셨군요』하고 아빠에게 친절히 말을 건네서 안심이 됐다.
아빠는 일단 돼지갈비와 소주를 시켰다. 아주머니는 상추와 함께 술잔 3개를 갖다 주었다. 부모님과 내 것이었는데 어른 대접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콜라를 마셨다. 이윽고 고기가 나와서 구이판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했는데 나는 합석한 사람들의 고기와 섞일까봐 은근히 걱정이 됐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오히려 그 쪽의 고기를 구이판 가장자리로 밀어 놓고 우리 고기를 고루 펼치는 것을 도와주었다. 내 소견이 좁았던 것이 굉장히 미안했다.
소금구이가 웬 만큼 익어서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엄마가 돼지갈비를 먹다 말고 그 사람들이 먹고 있던 돼지 껍질을 응시했다. 그러더니 그 사람들에게 『돼지껍질 하나만 먹어도 돼요』하고 물었다. 나는 놀랐다. 아니 낯선 사람들에게 그런 부탁을 하다니!
그런데 그 사람들 중 한 명이 『그럼요. 드세요』하면서 간장 종지를 이 쪽으로 밀어주었다. 나는 참 좋은 사람들이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생각이 단순한 내 자신이 조금 민망스러워졌다.
나는 마치 어른이 다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아주 잘 어울려 사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었다. 그리고 학생이지만 부모와 함께라면 최대포집 같은 곳도 갈만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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